13일 김기현 지도부, 홍준표 시장 당 상임고문직 해촉 결정
김 "상임고문, 현 지자체장 없어" vs 홍 "엉뚱한 데 화풀이"
갑작스런 해촉에 '대통령 비판'이 결정적 배경? 해석 나와
[미디어펜=이희연 기자]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 간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김 대표가 13일 직권으로 홍준표 대구시장을 당 상임고문직에서 해촉한 것이다. 홍 시장은 "엉뚱한 데 화풀이를 한다"라며 "욕설 목사(전광훈)를 상임고문으로 위촉하라"라고 반발했다. 

갑작스러운 홍 시장 해촉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홍 대표가 최근 TV토론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한 게 이번 결정의 배경이 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심지어 '용산 대통령실'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모두 발언에서 "최근 우리 당 지도부를 두고 당 안팎에서 벌이는 일부 인사들의 과도한 설전이 도를 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비공개 회의에서 홍 시장에 대한 해촉을 협의했다. 

   
▲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가 13일 직권으로 홍준표 대구시장을 당 상임고문직에서 해촉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김기현 대표는 비공개 회의 이후 기자들에 "우리 상임 고문의 경우 현직 정치인으로 활동하거나 현직 지자체장으로 활동하는 분은 안 계신 것이 그간 관례였다"라며 "그에 맞춰 정상화한 것"이라고 해촉 배경을 설명했다. 

홍 시장은 최근 '전광훈 찬양' 발언 등으로 논란을 빚은 김재원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면서 "당 지도부가 소신과 철학 없이 무기력하게 줏대 없이 행동한다면 또다시 총선을 앞두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냐"라며 거침 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이에 김 대표는 "지방행정을 맡은 사람은 거기에 더 전념하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고, 홍 시장은 "나는 없어질 당을 바로 세운 유일한 현역 당 상임고문이다. 중앙 정치에 관여할 권한과 책무가 있다"라고 받아쳤다. 홍 시장은 지난해 10월 당 상임고문에 위촉 된 바 있다.

홍 시장은 당 상임고문직 해촉 소식 이후 페이스북을 통해 "그렇다고 해서 내가 잘못돼 가는 당을 방치하고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겠느냐"라며 "이참에 욕설 목사(전광훈 목사)를 상임고문으로 위촉하라. 어이없는 당이 돼 가고 있다"라고 반발했다. 

이어 또 다른 페이스북 글을 통해 "(나를 해촉 한다고) 입막음 되는 게 아니다. 나는 정무직 공무원으로 한 달에 책임당원비를 50만 원씩 내는 사람"이라며 "이 팀(김기현 지도부로 해석)이 아니라 어차피 내년에 살아 남은 사람들과 함께 나머지 정치를 해야 할 사람"이라고 맞받았다. 

상임고문 해촉은 최고위 결정 사항이 아니어서 이번 결정은 김 대표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홍 시장 해촉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홍 대표가 최근 TV토론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한 게 이번 결정의 배경이 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홍 시장은 지난 9일 MBC '100분 토론 1000회 특집'에서 "노련한 정치력이 있는 사람을 다 제치고 정치력 없는 대통령을 뽑았다. 그렇게 뽑아 놓고 왜 탓을 하나"라고 말했다. '용산 대통령실'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 상임고문을 이런 이런 식으로 해촉하는 건 바람직 하지 않다"라며 "의원들과 논의를 한다든지 하는 절차도 없이 오늘 아침에 갑작스럽게 발표가 됐다. 그러니 용산 개입설이 나오는 거 아니겠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촉이라고는 하지만 밖에서 보기에는 홍 시장이 징계를 받은 것처럼 비춰지지 않나. 당에 쓴소리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다. 구체적인 설명도, 절차도 없이 이런 식으로 갑자기 해촉하는 건 말이 안된다"라고 비판했다. 

반면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김기현 대표 체제가 시작된 지 이제 겨우 한 달밖에 되지 않았다. 홍 시장이 쓴소리를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소위 '내부 총질'이라고 할 수 있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할 필요가 있는가 싶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 측에서 홍 시장과 연락을 시도했지만 잘 안 된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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