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국무회의서 "재정건전성 강화, 현금 살포·포퓰리즘 단호 거부해야"
같은날 정부, 유류세 인하 연장…요금 인상 지연, 공기업 재무건전성 비상
세수 부족 악화, 추경 편성 불가피…에너지 공기업들 자금 조달 막힐듯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정부 지출은 국방, 법치와 같은 국가 본질 기능과 약자 보호 등 시장실패를 보완하는 역할, 그리고 미래 성장동력 구축 등 국가 중장기 과제에만 집중되어야만 합니다. 무분별한 현금 살포와 선심성 포퓰리즘은 단호하게 거부해야 합니다." (4월 18일 제16회 국무회의 윤석열 대통령 모두 발언)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공약부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및 새 정부 출범부터 지금까지 '작은정부'·'재정 건전성 확보'·'민간 시장의 자유' 등 우파적 가치를 표방하면서 포퓰리즘 배격을 선언했다.

최근 들어서도 윤 대통령의 반(反) 포퓰리즘 발언은 이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모두 발언을 통해 "국가채무 증가로 인한 부담은 고스란히 미래 세대가 떠안게 될 것"이라며 "방만한 지출로 감내할 수 없는 고통을 미래 세대에 떠넘기는 것은 미래 세대에 대한 착취"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또한 "재정건전성 강화는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과 미래 세대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한다"며 "각 부처 장관들은 이 점을 명심하고, 향후 재정지출 우선순위를 명확히 해서 국민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하라"고 강하게 당부했다.

문제는 윤 대통령의 이러한 기조와 달리 정부의 국정 운영이 다분히 포퓰리즘에 기댄 방향으로 가면서 정책상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 윤석열 대통령이 4월 18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기획재정부는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선심성 포퓰리즘을 단호하게 거부해야 한다고 밝힌 18일, 유류세 인하 연장을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세금 감면'이라는 정부 축소 지향-작은정부로의 방향 자체에는 맞지만 최근 국민 여론이 악화되어 가는 가운데 다르게 해석될 여지를 준다.

실제로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지난 1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물가와 유가 동향, 국민 부담을 고려할 때 유류세 인하 조처를 당분간 연장할 것을 정부가 적극 검토해주기를 촉구한다"고 언급했다.

유류세 인하 연장이 사실상 국민 부담, 국민 정서를 고려한 것이라는 속내를 밝힌 것이다. 지난해 유류세는 이미 20~37% 감면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또다른 문제는 이러한 세금 감면 자체가 정부의 재정 건전성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세금 감면의 이면에 숨겨진, 보이지 않는 효과다.

세금 감면은 정부의 세수 부족으로 이어질 뿐더러, 유류세 인하 연장은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 등 에너지 관련 공기업들의 재무 건전성과도 연결된다.

내년 총선에서 여론의 악화를 두려워한 나머지, 당정이 공공요금 인상을 지연시키는 실정이다.

한전의 경우 올해 5조원 이상 적자가 발생하면, 내년도 회사채 발행 한도를 초과해 자금을 조달하기 매우 어려워진다.

전체적인 정부 적자 규모 관리를 위해, 재정 건전성을 지키려는 윤석열 정부의 '재정준칙 도입' 법안도 국회에서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은 고물가 속 민생 부담과 재정 건전성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 모양새다.

말로는 선심성 포퓰리즘을 거부한다고 거듭 밝히지만, 총선을 앞둔 여당의 고심이 깊어지면서 윤 대통령 또한 국민 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올해 추가경정예산 편성 또한 불가피한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윤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어떤 결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선심성 포퓰리즘의 양면성을 함께 살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