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외환은행 매각 무산 책임 내부문제 자인 증거 포착

[미디어펜=김재현 기자] 한국을 대상으로 5조원의 국제소송을 건 론스타가 자신의 주장을 뒤집는 증거가 나왔다. 이로 인해 분쟁소송에 새로운 국면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 론스타는 지난 2009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카운티 법원에 한국 책임자 스티븐 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후 외환은행 매각 무산 책임은 내부문제라는 주장을 펼쳤다. 사진은 미국 법원 기록 사본./김기준 의원실
론스타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간 분쟁중재(ISD)를 지난 5월부터 펼치고 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HSBC에 팔려고 했지만 정부의 늦은 결정을 무산책임의 이유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번 분쟁중재와 관련해 론스타의 기존 주장을 허물 수 있는 결정적 증거가 발견됐다. 분쟁중재와 관련된 미국 내 법원 기록이다.    

25일 김기준 의원(새정치민주연합)과 뉴스타파의 취재에 따르면, 론스타는 과거 다른 소송에서 HSBC와 외환은행 매각 협상이 론스타 내부인사의 불법행위로 인해 무산됐다고 주장한 사실이 밝혀졌다.

론스타가 이번 ISD에서 매각 무산의 책임이 한국정부에 있다고 주장한 것과 상반된 내용이다.

론스타는 지난 2007년 HSBC와 외환은행 매각협상이 무산되자 2009년 7월 '스티븐 리'라는 사람을 상대로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카운티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스티븐 리는 론스타 펀드의 파트너이자 한국 본부장을 맡은 인물이다. 국내 자산에 대한 투자 결정, 자산의 취득·관리, 자산의 처분과 투자금 회수, 회계와 세무 등 론스타의 국내 투자 업무를 총괄했다. 그는 외환카드 주가조작 범죄 행위에 대한 검찰의 조사를 피해 미국으로 도주한 후 현재까지 범죄인인도청구가 된 상태다.

소장에서 론스타는 "피고 스티븐 리의 불법행위의 결과로 인해 HSBC와 거래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했다"며 "피고의 사기적 행위에 의해 초래된 정부의 승인 지연이 없었더라면 HSBC에 매각은 마무리 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의 매각 승인 지연에 대한 직접적 책임이 피고한테 있었음을 미 법원은 인정한 것이다. 외환은행 매각 무산 책임은 한국 정부가 아닌 내부문제라고 시인한 결정이다.

론스타는 소장에서 "스티븐 리가 론스타 내부의 업무처리를 하면서 위법한 행위를 했으며 발생한 손해에 대해 책임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스티븐 리는 외환은행 인수와 이후 거래의 모든 면에 책임이 있었는데 그의 불법행위 때문에 한국 정부가 자신들을 조사했고 그로 인해 법적절차가 이어지면서 결국 HSBC와 매각 승인이 지연됐다"고 스스로 인정했다.

정부의 매각 승인 유보에 대해 스티븐 리가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론스타는 ISD를 제기하면서 '스티븐 리'라는 이름은 배제한 채 우리 정부가 고의적으로 승인을 지연시켰다는 억지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먹튀로 모자라 생떼를 쓰고 있는 행태다.

김 의원은 "론스타가 얼마나 뻔뻔하고 교활한지 확인시켜 주는 대목"이라며 "더이상 론스타는 우리 국민들을 상대로 협박해서는 안되며 우리 정부는 이 증거를 어떻게 ISD에 활용해 국민들의 재산을 지켜낼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당시 론스타와 스티븐 리 사이의 소송 결과도 확인해야 한다. 미국 법원에 청구해 확보해야 더 명확한 사실관계가 드러날 것이다.

한편, 이번 ISD분쟁과 관련해 정부의 정보통제에 대한 우려도 있다. 정부는 내용을 공개하면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만일 이같은 중요한 사실조차 모르고 정부가 ISD에 대응하고 있다면 이는 정부가 ISD를 밀실에서 진행해왔기 때문이다. 스스로 외부의 도움을 차단한 꼴이다.

김 의원은 "5조원의 국민세금을 담당자 몇명이 국회의 감시도 없이 만지작거리는 일은 즉시 중단돼야 한다"며 "정부는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면서 ISD를 진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