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SBS가 지난 18일 이례적으로 긴 분량의 반론보도문을 게재한 것을 놓고 언론계의 관심이 모아진다.

SBS는 지난 3월 7일 SK하이닉스가 알케미스트와 함께 반도체 위탁 생산업체 키파운드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의 부적절한 정황과 의혹을 처음 보도했다. 

   
▲ SBS는 지난 3월 7일 SK하이닉스가 알케미스트와 함께 반도체 위탁 생산업체 키파운드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의 부적절한 정황과 의혹을 처음 보도했다. 서울 종로 서린동에 위치한 SK그룹 본사 전경 /사진=SK제공


당시 SBS는 이 거래 과정에서 최태원 SK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은진혁씨와 관계가 있는 알케미스트에 이익을 몰아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SBS가 다음날인 3월 8일에도 관련 보도를 이어갔지만 “결정적인 한방이 없었다”는 평가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SK 측의 반발도 이어졌다. 

SK는 보도 이후인 3월 9일 ‘SBS 보도에 대한 SK 입장문’을 통해 “SK하이닉스 등 멤버사들의 정상적인 M&A 과정을 곡해했으며, 회사와 경영진을 악의적으로 다뤄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수단을 강구해 사실관계를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했고, 같은 달 23일 SBS 해당 보도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신청했다.

SBS는 이에 반론보도문 게재를 수용했다. 이에 재계에서는 3월 7일에서 8일까지 이틀에 거쳐 8편의 리포트를 보도한 것 치곤 쉽게 수용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또 반론보도문이 통상적인 경우보다 길었던 점도 눈에 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실제로 SBS의 반론보도문은 “SK는 알케미스트와 거래 의혹 보도와 관련, 최태원 회장이 직간접적으로 언급되었으나 최 회장은 전혀 관련이 없고,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전해왔다”거나 “SK가 펀드운용 업무에 개입해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의혹의 근거로 제시된 문건들은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것들이며, SK는 인수 대상 회사의 경영진 인사나 매각 가격 산정 방식에 미리 개입한 사실이 전혀 없다”는 SK측 입장을 충실히 전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SBS가 SK측과 끝까지 소송으로 가는 것을 부담스러워 SK측의 입장을 충분히 실어주는 반론보도문으로 마무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SBS가 확보한 문건과 증언이 의혹을 입증하는데 충분했다면 이 같은 장문의 반론보도문을 게재했을 리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SK 회장 외에도 대한상의 회장과 2030 부산엑스포 공동유치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회장에 대해 명백한 증거나 증언 없이 의혹 수준으로 보도했다가 나중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날 경우의 쏟아질 비난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특히 SBS가 언론중재위 단계를 넘어 정식 소송에서 질 경우 실제 방송에서 정정보도나 반론보도까지 감수해야 할 최악의 상황도 감안했다는 관측이다.

SK 역시 SBS와 같은 대형 언론사와 대립각을 계속 세우는 것 보다 충실한 반론 보도문을 통해 일정부분 실리와 명분을 모두 찾은 것 아니냐는 것이 대체적인 언론계의 시각이다. 

이에 따라 SK측은 곧 언론중재위 정정보도 청구 취하할 것으로 보인다. SK 관계자는 “합의가 이뤄졌다는 것 외에 덧붙일 말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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