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차원 대비 한계…상황 호전되길 기다려야"
[미디어펜=김연지 기자]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경제 타격으로 전세계 기업들의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시사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러시아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긴장감이 한층 더 커진다. 각 기업들은 내부적으로 피해 최소화 방안을 논의하면서 정부의 대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이 러시아에 설립한 해외법인은 53곳이다. 국내 72개 그룹 중 16개 그룹이 53곳의 러시아 해외법인을 설립했고, 그중 현대차그룹이 18곳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삼성과 롯데 그룹은 각 9개, SK·CJ·두산·KT&G는 각 2개, LG·포스코·한국타이어 등은 각 1개 법인을 설립했다.

   
▲ 현대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사진=현대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후 기업들의 피해는 지속되고 있다. 자동차 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국내 1위 현대차는 작년 3월 이후 연 23만 대 규모 시설인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난 2022년부터 러시아로의 자동차 수출도 급감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자동차 러시아 수출은 △2020년 5만4124대 △2021년 9만1212대 △2022년 1만4266대로 집계됐다.

월별로는 △1월 8094대 △2월 5147대 △3월 417대 △4월 58대 △5월 73대 △6월 77대 △7월 73대 △8월 20대 △9월 26대 △10월 45대 △11월 102대 △12월 134대로 나타났다. 한창 수출이 늘고 있었지만, 전쟁이 일어난 직후 수출량이 급격하게 떨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현대차그룹은 중국에서 고고도 지역방어 미사일(THAAD) 배치 문제 이후 해당 지역 판매량이 급감한 바 있다. 2017년부터 실적이 감소해 현재까지 회복이 되지 않고 있는데, 다시 한 번 주요 수출국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 우크라 헤르손서 포격하는 러시아군./사진=연합뉴스


다른 업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세계적으로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는 분위기에서 글로벌 기업들 대부분이 경중의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들은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판매에도 문제가 생기면서 사실상 개점휴업에 빠질 위기에 처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스마트폰 주요 수출 지역이고, 유통업계는 초코파이, 라면 등이 주 수출품이다. 뿐만 아니라 가전 제품이나 철강 제품 역시 상당한 수요가 있다. 

문제는 기업 입장에서 대처할 방법이 한정적이라는 데 있다.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군사 무기를 직접적으로 지원할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조치가 거의 전무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업 차원에서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여서 상황이 호전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 업계관계자는 "전쟁으로 인한 피해가 계속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가 간의 문제이기 때문에 기업 차원에서 대비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피해를 최소화할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롯데의 경우 러시아에서 호텔 한곳과 롯데상사 농장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전쟁 지역과는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어 별다른 영향은 받지 않았다. 롯데 관계자는 "사전에 운영시스템이나 공급원 등을 조율하면서 대비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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