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도 가세한 반도체전…우리도 글로벌 경쟁력 갖춰야
미·중 사이에 낀 국내 기업 지원도 중요…외교력 발휘 필요
[미디어펜=조우현 기자]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도 대규모 보조금을 앞세운 ‘반도체법’을 통과시키면서 전세계가 반도체 전쟁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우리 정부 역시 ‘K-칩스법’을 통해 세제 지원을 강화하고 있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8일(현지시간) “EU 반도체법이 타결됐다”고 발표했다. EU 집행위는 지난해 2월 EU 반도체법을 제안했고, 이날 유럽 의회와 EU 이사회가 최종 동의했다.

   
▲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도 대규모 보조금을 앞세운 ‘반도체법’을 통과시키면서 전 세계가 반도체 전쟁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우리 정부 역시 ‘K-칩스법’을 통해 세제 지원을 강화하고 있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픽사베이


EU의 목표는 2030년까지 430억 유로를 투입해 EU의 글로벌 반도체 생산 점유율을 20%로 확대하는 것이다. 

현재 EU의 점유율은 10% 수준으로, 네덜란드 NXP, 스위스 ST마이크로 등 유럽 반도체 기업들은 생산 공장을 갖고 있지만 규모가 크지 않다. 대부분의 물량은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현재 유럽에 공장을 두고 있는 TSMC와 인텔 등의 수혜가 예상된다. 현재 TSMC는 독일 드레스덴에 반도체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고, 인텔은 독일 마그데부르크에 2027년 가동을 목표로 공장을 지을 방침이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EU의 반도체법은 미국의 반도체법과 달리 국내 업계에 영향력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달 2042년까지 300조 원을 투자해 경기 용인에 세계 최대 규모의 첨단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어, 유럽 공장 건설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문제는 반도체 전쟁에 EU까지 가세하며 글로벌 전쟁으로 번졌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세계 주요국이 글로벌 공급망 확보와 자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대대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는 반면, 우리 정부의 경우 이와 관련된 지원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이는 최근 아시아 반도체 공장 건설이 감소하고 미국과 유럽의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8년에서 2021년 기준 착공된 64개 반도체 공장 중 아시아의 비중은 84%(54개)로 나타났으나, 2021∼2023년 전 세계에 착공된 84개 공장 중 아시아 비중은 58%(49개)로 크게 감소했다.

특히 중국은 34개에서 20개로, 일본은 6개에서 3개로, 한국도 4개에서 3개로 감소했다. 대만이 유일하게 12개에서 14개로 증가했다.

반면 미국은 3개에서 18개로, 유럽은 7개에서 17개로 크게 증가했다. 이는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이 글로벌 공급망 확보와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노력한 결과로 풀이된다.

우리 정부 역시 반도체 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를 골자로 하는 ‘K-칩스법’을 통과시키는 등 지원을 강화하고 있지만, 이에 더해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세계로 번진 반도체 전쟁에서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특히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의 경우, 국내 반도체 기업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예상돼 보조금 신청 요건 완화를 위한 양국 간의 협력이 필요한 상태다. 이는 정부의 외교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영역이다.

한경연 이규석 부연구위원은 “미·중 패권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과 미국의 동맹관계가 반도체 투자로 이어져 양국 상호이익이 될 수 있도록 양국의 협력 확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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