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부 이보라 기자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실손보험 적자가 해마다 지속되면서 보험사들이 매년 보험료를 인상하고 보험금 지급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과잉진료로 인한 적자로 어쩔 수 없다고 하소연하지만 이로 인해 선량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는 형국으로 설계가 잘못된 데 대한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모습이다.

실손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급여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의료비 등의 비용을 보장하는 민영의료보험 상품이다. 지난해 말 기준 3900만 명이 가입해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도 불린다.

실손보험 손해율이 계속해서 100%를 넘기며 적자를 내면서 보험사들은 매년 실손보험료를 인상해왔다. 1~2세대 실손보험료는 2019년 이후 4년간 연평균 10% 가까이 인상됐다. 올해 실손보험료 인상률은 1세대가 6%, 2세대 9%대, 3세대가 14%대다. 4세대는 동결이다.

실손보험은 판매 시기, 보장 구조 등에 따라 1세대(구 실손), 2세대(표준화 실손), 3세대(신 실손), 4세대 및 기타(노후, 유병력자) 실손으로 나뉜다.

기존에 판매된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급등하면서 보험업계는 2021년 7월부터 의료이용량에 따라 보험료가 할인·할증되는 4세대 실손보험을 판매 중이다. 그러나 기존에 판매된 실손보험의 경우 본인부담금이 없거나 낮고 보장범위나 한도도 더 좋아 4세대 실손 전환률은 낮은 편이다.

보험사들은 보험금 지급심사 기준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세극등현미경검사 결과 백내장으로 확인되는 경우에만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하고 백내장 수술건 보험금 심사 시 세극등현미경검사 결과를 제출받고 있다. 기존에는 세극등현미경 영상 없이도 주치의 판단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해왔다.

문제는 이로 인해 필요에 의해 백내장 수술을 받고도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선량한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금 지급 기준이 강화되면서 백내장 관련 실손보험금 미지급 피해구제 신청 건수도 급증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3년간(2020~2022년) 접수된 실손보험금 미지급 관련 피해구제 신청 452건 중 33%에 해당하는 151건이 백내장 수술 관련 내용이었다. 이중 92.7%(140건)는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심사 기준을 강화한 지난해에 접수됐다.

이에 지난해 보험사들은 실손보험 적자 폭을 줄이는데 성공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실손보험의 보험 손익이 1조5300억 원 적자로, 2021년 2조8600억 원 적자보다 1조3300억 원 개선됐다. 보험 손익은 보험료 수익에서 발생손해액과 실제사업비를 제외한 액수다.

보험료 인상, 보험금 지급 심사 강화 등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한 결과다.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높은 것은 과잉진료 문제도 있으나 그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처음부터 노령화, 사회환경 변화, 백내장 수술 기법 발달 등에 대한 고민없이 설계되면서 손실이 나고 있는 것이다.

과잉진료 관리 강화 등은 필요한 일이나 보험금 지급심사 기준 강화, 보험료 인상 등은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비쳐진다. 이 같은 상품을 만들어 판매한 곳은 보험사로 그 책임을 보험사에서 함께 지는 자세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