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미국 국적이지만 ‘쿠팡’ 동일인 지정 불발, ‘오씨아이’는 지정
한기정 공정위원장 “쿠팡은 친족경영 체제 아니라 규제 실익 없어”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동일인 지정제도가 또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지난해 쿠팡의 김범석 의장이 외국 국적을 이유로 동일인 지정에서 제외되면서 촉발된 동일인 지정제도 문제가 올해는 반대로 ‘오씨아이’의 동일인 역시 미국 국적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 동일인 지정이 이뤄지면서다. 

   
▲ 공정거래위원회 정부세종청사./사진=미디어펜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도 82개 기업집단(소속회사 3076개)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할 계획을 밝혔다. 

이날 발표에서 공정위는 올해 처음으로 기업집단 측에 지정자료 제출요청을 통해 동일인, 배우자, 동일인 2세의 국적 현황을 공식적으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이 중 오씨아이(OCI)의 동일인이 미국인인 사실이 확인됐으며 그 외에도 배우자가 외국국적을 보유한 집단은 7개, 동일인 2세가 외국국적(또는 이중국적)을 보유한 집단은 16개(3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공정위는 OCI 동일인이 미국 국적인 것이 밝혀졌지만 동일인 지정을 해제하거나 쿠팡의 동일인 지정을 시정하지는 않을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한 위원장은 “OCI와 쿠팡 모두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자연인이 존재하고 그 해당 자연인이 외국인이라는 점에서는 유사한 상황이다”라고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규제 대상 회사의 범위에서 차이가 있다. 오씨아이는 동일인 친족이 경영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는 기업집단으로 동일인을 법인으로 변경하게 되면 규제 공백이 발생하는 상황이지만, 쿠팡은 국내에 친족 회사가 없는 상황으로 사익 편취의 규제대상의 범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자유무역협정(FTA) 분쟁 가능성과 관련해 OCI는 이우현으로 동일인이 지정된 이후 현재까지 동일인 변경 의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쿠팡은 김범석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것에 대해서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며 별도의 기준 없이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경우, 주가 하락 등을 이유로 투자자 국가분쟁 및 소송을 청구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한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최상단 회사와 관련, “쿠팡은 의사결정 최상단에 있는 쿠팡 인코퍼레이션이 미국 법인인데 반해, OCI의 경우는 국내 법인인 OCI 주식회사가 최상단 회사에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존재해 일단은 OCI와 쿠팡을 달리 취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한 위원장은 “외국인 동일인 지정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다만, 외국인 동일인 지정기준의 통상마찰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와 충분히 협의해 시행령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기준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기준 개선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이날 발표에 따르면, 5월 1일자로 지정될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 및 소속회사 수는 지난해 대비 각각 6개, 190개 증가했다. 신규 지정된 집단 8개는 엘엑스, 에코프로, 고려에이치씨, 글로벌세아, DN, 한솔, 삼표, BGF이며, 지정 제외된 집단은 현대해상화재보험, 일진 2개다.

또한 공시대상기업집단 중 자산총액 10조 원 이상인 48개 집단(소속회사 2169개)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는 계획이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수는 지난해보다 1개 증가한 48개이며, 소속회사 수는 지난해보다 61개 증가한 2189개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된 집단은 엘엑스, 장금상선, 쿠팡이며, 지정 제외된 집단은 교보생명보험, 두나무이다.

이번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의 특징으로는 전기차 등 신산업 성장에 따라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수가 증가했다. 특히, 8개 신규 지정집단 중 에코프로, 고려에이치씨, 글로벌세아, DN의 경우 전년 대비 자산총액이 2조 원 이상 급증했다.

또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비대면 시장 성장, 해운운임 상승 등에 따라 해운·온라인 유통 업종 주력 집단들의 자산총액 기준 순위가 상승했다. 장금상선(해운)과 쿠팡(온라인유통)은 공시대상기업집단에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진입했다. 반면, 금리 상승으로 인한 채권 등의 평가금액 감소, 가상자산 시장의 위축에 따라 보험·가상자산 업종 주력 집단들의 순위가 하향되면서 교보생명보험과 두나무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서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전환됐다.

기업집단 간 대형 기업결합(M&A) 및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성장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에 영향을 줬다. 롯데가 일진의 ㈜일진머티리얼즈 등 8개사를 인수함으로써 기존 공시대상기업집단인 일진은 지정 제외됐으며, KG가 ㈜쌍용자동차 및 그 자회사를 인수함으로써 자산총액 기준 순위가 크게 상향(71위→55위)됐다. 또 현재 진행 중인 한진-금호아시아나, 한화-대우조선해양 간 기업결합이 마무리되면 금호아시아나, 대우조선해양은 지정에서 제외될 예정이다.

특히 카카오는 ㈜에스엠엔터테인먼트의 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경영권을 인수해 계열회사 수 및 자산총액이 크게 증가(25개, 1조 8000억 원)했다. 하이브는 2021년 이후 사업규모가 급격히 확대됐으나 ㈜에스엠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 인수를 지난 3월에 포기함에 따라 자산총액이 5조 원에 미달(4조 8100억원)해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되지는 않았다.

연속 지정집단(74개) 중 올해 동일인이 변경된 집단은 DL(구 대림)이 유일하다. 공정위는 지정 절차 개시 이전에 진행된 동일인 확인 절차에서 이해욱이 ㈜디엘, ㈜대림 등 주요 계열회사에 대한 회장 취임 후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있으며, 최상단 회사인 ㈜대림의 최다출자자(52.26%)인 점 등을 고려할 때 이준용(종전 동일인)에서 이해욱(이준용의 아들)으로 지배력이 이전됐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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