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방산기업간 기업결합... 차별 행위 및 계열사에 영업비밀 제공 금지 등 시정조치 부과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1999년 외환위기 사태로 대우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산업은행의 관리 하에 23년째 비상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이 23년만에 새 주인을 찾았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한화-대우조선간 기업결합과 관련, 장고 끝에 조건부 승인으로 최종결정했다. 입찰시 함정 탑재장비의 차별적 제공 행위, 경쟁회사들의 기술정보 요청 시 부당 거절행위, 영업비밀을 계열사에 제공하는 행위 등이 금지되는 조건이다.  

   
▲ 대우조선해양 조선소./사진=대우조선해양 제공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5개 사업자가 ㈜대우조선해양의 주식 49.3%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에 대해 시정조치를 부과하는 조건으로 승인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5개 사업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컨버전스, Hanwha Impact Partners Inc.(미국 소재), Hanwha Energy Corporation Singapore Pte. Ltd.(싱가포르 소재)로, 시정조치는 방위사업 및 조선사업을 영위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대우조선해양에만 부과된다.

한 위원장은 “이번 기업결합은 국내 함정 부품시장과 함정 시장에서 상당한 지배력을 가진 기업 간의 수직결합에 해당하는 만큼, 효율성이 커지는 동시에 경쟁제한 효과도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해 그동안 면밀한 심사를 진행해왔다”며 “전원회의 심의 결과 공정위는 신고회사들이 상대회사에 함정 부품에 대해 경쟁사업자에 비해 차별적인 정보를 제공하거나 차별적인 견적을 제시함으로써 함정 입찰 과정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입찰 과정에서 피심인들이 경쟁사업자로부터 얻은 영업비밀을 계열회사에 제공해 경쟁을 제한할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공정위는 입찰과 관련해 △함정 탑재장비의 견적가격을 부당하게 차별적으로 제공하는 행위 △상대회사의 경쟁사업자가 신고회사들에게 방위사업청을 통해 함정 탑재장비의 기술정보를 요청했을 때, 부당하게 거절하는 행위를 금지했으며, 이와 함께 경쟁사업자로부터 취득한 영업비밀을 계열회사에게 제공하는 행위도 금지하는 시정조치를 부과키로 했다. 

이번 시정조치는 신고회사들이 유일한 공급자이거나 1위 사업자인 10개 함정 부품시장 중에서, 방사청이 함정 부품을 부품업체로부터 구매해 함정 건조업체에 제공하는 관급시장을 제외한 함정 건조업체가 직접 부품을 구매하는 도급시장에 적용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은 3년간 위 시정조치를 준수해야 하고 공정위에 반기마다 시정조치 이행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 또한 공정위는 3년 후 시장 경쟁 환경·관련 법제도 등의 변화를 점검해 시정조치의 연장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한 위원장은 “외국 경쟁당국의 심사와는 달리 공정위는 신고회사들이 국내 방위사업 시장에서 유력한 지위에 있는 사업자인 점을 감안해 방위사업의 특성, 함정 입찰 과정, 관련 법제도, 외국 사례 등에 대한 광범위한 자료 수집, 검증 및 검토를 진행했다”며 “이번 기업결합심사의 경우, 방위산업의 특수성 및 수직결합으로 인한 효율성 증대 효과를 고려해 경쟁이 일부 이뤄지는 분야에 대해서는 현재와 같은 경쟁 여건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필요 최소한의 행태적 시정조치를 부과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 위원장은 “이번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 결정은 국가가 유일한 구매자인 수요독점 시장이라고 하더라도 입찰 과정에서 경쟁제한 효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엔, 이를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시정조치를 부과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신고회사들은 지난해 12월 16일 상대회사와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하고, 2022년 12월 19일 공정위에 신고했다. 공정위는 4차례의 신고서 보완 요청, 수차례에 걸친 복수의 이해관계자 및 관계기관 의견을 수렴해 심사를 진행했으며, 전날인 26일 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적인 결론을 내렸다.

한화 측은 “조건부 승인에 따른 경영상의 제약이 있지만, 경영실적이 악화돼 있는 대우조선의 조속한 경영정상화와 기간산업 육성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당국의 결정을 수용키로 했다”며 “공정위가 제시한 함정 부품 일부에 대한 가격 및 정보 차별 금지 등이 포함된 시정조치 내용을 준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화는 5월 중 대우조선 유상증자 참여, 주주총회를 통한 이사 선임 절차 등을 거쳐 신속히 인수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 자회사 두 곳 등 한화그룹 5개사는 2조 원 규모의 대우조선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이를 통해 대우조선 지분 49.3%를 확보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