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인증중고차 사업 하반기 본격화…KG도 참전
전문가 "정부, 적극 개입해 시장 활성화 이끌어내야"
[미디어펜=김연지 기자]현대차와 기아 등 국내 대기업들이 중고차 진입을 선언하면서 중고차 시장 전체의 지각 변동이 예고된다. 업계에서는 신뢰도 회복으로 인한 시장의 활성화를 기대하는 한편 대기업 매물 독점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인증 중고차 판매에 뛰어든다. 지난해 4월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심의회)를 개최해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2023년 5월 1일부터 허용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의결했다. 1~4월까지 중고차 시범 판매는 가능토록 했다.

   
▲ 서울 강남구 양재동 현대차 사옥./사진=연합뉴스


권고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1~4월 시범 판매를 거쳐 5월부터 본격적으로 중고차 판매 사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대자동차그룹은 "인증 중고차 사업에 뛰어들기 전 철저히 준비 단계를 밟아 하반기에 사업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는 5년, 10만㎞ 이내의 자사 브랜드 차량을 대상으로 국내 최대수준인 200여 개 항목의 품질검사를 실시하고, 이를 통과한 차량을 신차 수준의 상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또 2023년 3.6%, 2024년 5.1%까지 시장 점유율도 자체 제한한다. 국내 완성차 5개 사 기준 시장 점유율도 2023년 7%, 2024년 10%로 제한한다. 

KG모빌리티도 지난달 17일 열린 주총에서 사명 변경과 함께 인증 중고차 사업 진출 계획을 밝혔다. 상반기에 판매와 정비 조직 등을 정비해 인증 중고차 사업 준비를 완료하고,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중고차 시장은 거래액 30조 원에 달하는 거대 시장이다. 대기업들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큰 규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중고차 판매량은 377만 대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평균 380만2000대 판매를 유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국내 신차 판매량은 평균 178만 대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임박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로 중고차 시장의 기업화되면서 신뢰도가 제고되는 등 업계에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시장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기업이 점유율과 매물을 독점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기존 시장진입자들과 새로운 진출자들의 긍정적인 상생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 서울의 한 중고차 주차장에 주차된 중고차./사진=연합뉴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현재 중고차 시장이 30조 원 규모라며 5~10년 사이 5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투명성 제고가 되면 시장은 얼마든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허위·미끼 매물, 위장 당사자 거래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투명성 제고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며 "완성차 업계의 진출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완성차 업계가 인증 증고차를 통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기업 매물 독점 등 부정적 인식에 대해서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게 하는 유일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몇십 년 동안 시장 진입을 막아왔는데, 역차별로 볼 수 있다"며 "정부가 좀 더 정밀하게 모니터링하는 동시에 협의회 등을 구성해서 역할 분담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