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체불사업주, 앞으로 신용제재에 정부지원까지 제한
취약업종 근로감독 및 체불 청산 융자지원은 대폭 확대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앞으로 3개월분 이상 체불하는 등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하면서 적극적인 청산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사업주에 대한 경제적 제재가 강화된다. 고용노동부(이하 고용부)와 여당은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당정 현안간담회를 열고 이러한 내용을 담은 ‘상습체불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 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상습체불사업자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경고하고 있다./사진=고용부


고용부에 따르면, 매년 1조 3000억 원이 넘는 임금체불이 지속되면서 24만 명의 근로자와 그 가족이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특히 2회 이상 체불이 반복되는 사업장이 전체의 30%고 전체 체불액 중 80%에 달해 체불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앞으로 1년 동안 3개월분 이상 임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다수 근로자에게 5회 이상 체불하고 그 총액이 3000만 원 이상인 사업주는 상습체불로 보고 형사처벌 외에도 신용제재, 정부지원 제한 등의 경제적 제재가 추가‧확대된다. 또한 대지급금의 낮은 회수율을 높이기 위한 조치를 강화하고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도 추진한다.

이러한 기준으로 보면 전체 체불액의 60%에 해당하는 8000억 원, 약 7600개소다. 이 중 청산의지가 없는 악의적·상습적인 체불 사업주가 경제적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제재 대상이 되는 상습체불 사업주에 대해서는, 국가나 지자체의 지원사업이나 보조가 제한되고 공공 입찰시 감점 등 불이익을 부여된다. 특히 임금체불자료가 신용정보기관에 제공돼 대출·이자율 심사나 신용카드 발급 등에 영향을 주는 신용제재도 받게 된다. 

반면 사업주의 적극적인 체불청산을 촉진하기 위한 자금융자는 대폭 확대한다. 매출감소 등 까다로운 융자요건을 없애고 지급한도를 상향하며 상환기간도 연장할 방침이다. 즉 상습체불 요건에 해당되도 융자를 받는 등 청산의지가 있는 경우 제재를 면제함으로써 일시적 경영난 등 불가피한 어려움에 대해 감안한다는 의미다.

고용부는 현재 제공하고 있는 임금명세서 작성 프로그램도 그 기능을 대폭 개선한다. 사업주가 출퇴근시간을 입력하면 근로시간, 임금과 각종 수당 등이 자동 계산되고 근로자는 임금이 제대로 계산·지급됐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어 공짜야근 등 근절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고용부의 판단이다. 

이에 더해 고용부는 3일부터 편리하게 민원을 처리할 수 있는 온라인·모바일 기반 ‘노동포털’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제는 청년 등 근로자가 방문없이 민원을 신청하고 그 처리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체불임금 확인서 발급까지 가능하다. 사업주도 각종 인허가 등 신청을 노동포털을 통해 할 수 있다.

이정식 장관은 “임금체불은 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계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며 “임금체불 근절이야말로 일한 만큼 정당하게 보상받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자, 약자보호와 노동개혁의 초석이다. 이번 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하면서 임금체불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여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형사처벌은 대부분이 벌금형에 그치고 금액도 체불액보다 매우 낮다”며 “2회 이상 체불로 유죄가 확정되고 금액이 많은 경우엔 사업주의 명단을 공개하고 신용을 제재하고 있으나, 그 대상이 적어 실효성에 한계가 있고, 정부가 대신 변제해 주는 대지급금으로 체불을 해결하고 변제금은 상환하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장관은 “재산은닉, 출석거부 등 악의적 체불 사업주는 구속수사, 체포영장 신청 등 적극적인 강제수사로 체불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겠다”고 경고하면서 “이와 함께 올해 한해동안 공짜야근의 주범인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에 근로감독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임금은 근로자의 가장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권리고 임금체불 없는 사회가 궁극적으로 우리가 지향하는 목표다. 이번 대책이 그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당 차원에서 체불 근절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후속 입법도 적극 뒷받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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