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등 대도시·5년 이내 신축 아파트 역전세 우려↑
전세사기 등 수요자 인식 악화…월세 선호 현상 확산
전문가 "단기적 흐름…비용적 이점 있어 수요 회복"
[미디어펜=김준희 기자]최근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전세사기 피해를 비롯해 계약 만료를 앞둔 임차인을 중심으로 역전세 이슈까지 불거지면서 전세시장이 뒤숭숭한 분위기다. 일각에서 ‘전세의 월세화’ 속도가 가팔라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월세 선호 현상이 나타나더라도 전세 비중이 크게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한 인천 미추홀구 아파트 입구./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4일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수도권 등 대도시 및 5년 이내 신축 아파트일수록 역전세 우려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2년 전 대비 전세 최고가격이 낮아진 하락거래는 1만9928건(62%)으로 조사됐다. 권역별 하락거래는 수도권이 66%(1만9543건 중 1만2846건)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시도별로는 △대구 87% △세종 78.4% △대전 70.8% △인천 70.5% △부산 69.6% △울산 68.2% △경기 66% △서울 64.2% 순으로 수도권 등 주택수요가 많은 대도시에서 전세 하락거래가 늘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상대적으로 전셋값이 큰 폭으로 내렸고 낮은 가격으로 신규계약 사례가 많았던 영향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연식별로는 새로 지어진 아파트일수록 전셋값 하락폭이 커졌다. 최근 2년(2021년 4월 30일 대비 2023년 4월 21일 기준) 전국 연식 구간별 아파트 전세가격 변동률은 5년 이내 아파트가 –5.85%로 가장 컸다. 6~10년 이내 –4.7%, 10년 초과 –0.4% 순이었다.

2년 전 대비 올해 전세 하락거래 비중도 5년 이내 신축이 70.9%(4324건 중 3066건)로 가장 높았다. 수도권 신축 아파트 하락거래 비중은 73.8%(2260건 중 1669건)로 지방 67.7%(2064건 대비 1397건)보다 컸다.

여 수석연구원은 “2021년 가격 급등 이후 아파트 입주 여파로 전셋값 약세가 이어진 인천에서 하락거래 비중이 79%로 가장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역전세 우려가 확산되는 이유는 임대차법 시행으로 급등했던 전셋값이 2년 전에 비해 큰 폭으로 내린 탓이다. 전셋값 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가격 고점이었던 2021~202년 초까지 계약한 임차인들의 전세 만료시점이 도래하면서 역전세 이슈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 수석연구원은 “전세수요가 많은 대도시나 주거선호도가 높은 신축에서도 역전세 우려가 커지고 있어 거래 당사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며 “전세보증금 반환 지연에 따른 임대인과 임차인 간 갈등은 물론 소송, 대출이자 등 비용 부담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전세시장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인천 미추홀구를 비롯해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 서울 은평구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 각지에서 전세사기 피해가 속출하면서 전세제도에 대한 인식이 급격히 악화하는 모양새다.

여기에 임대차법으로 인해 역전세 이슈까지 불거지면서 전세를 선호하던 수요자들도 월세로 돌아서는 등 전세제도 자체가 외면받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이번 전세사기 피해 및 역전세 이슈 등으로 인해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전세사기의 경우 선순위 저당권에 의한 경매 처리가 문제가 된 것이고 역전세 이슈의 경우 정부에서 전세보증금 반환이 제때 이뤄질 수 있도록 초기 대응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주거비용 측면을 고려하면 임차인 입장에서는 여전히 월세보다는 전세가 효용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최근 일련의 사태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며 “월세 선호도가 높아져 가격이 오르게 되면 다시 전세로 돌아서는 등의 흐름이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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