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명 연예스포츠팀장
[미디어펜=석명 연예스포츠팀장] 10년 전인 2013년 조용필이 내놓은 신곡을 들었을 때 받았던 충격을 잊을 수 없다. 19집 정규 앨범 '헬로(Hello)'의 타이틀곡 '바운스(Bounce)'.

조용필이 10년만에 내놓은 정규 앨범이었다. 어떤 노래를 들려줄지, 오래된 팬으로서 기대가 컸다. '가왕'은 이렇게 노래했다. "그대가 돌아서면 두 눈이 마주칠까, 심장이 Bounce Bounce 두근대 들릴까 봐 겁나, 한참을 망설이다 용기를 내…"

조용필은 1950년생이다. '바운스'를 발표했을 때 그의 나이 만 63세. 환갑을 훌쩍 넘긴 가왕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순간의 가슴 뛰는 순간을 귀에 쏙쏙 박히는 리듬에 실어 노래했다.

조용필이니까, 가왕이니까, '허공'이나 '킬리만자로의 표범'이나 '친구여' 같은 인생의 여러 의미를 곱씹어볼 수 있는 어떤 메시지가 담긴 노래를 기대하고 있어서였을까. '바운스'는 상당히 뜻밖이었다.

하지만 가왕이 인간의 가장 보편적 가치인 사랑에 대한 노래를, 트렌드에 벗어나지 않게 세련된 음악으로 표현하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바운스'는 당시 올드팬들 뿐 아니라, 젊은 세대들로부터도 열렬한 지지와 사랑을 맏으며 폭발적 호응을 이끌어냈다. 필자의 휴대폰 벨소리는 상당히 오랜 기간 '바운스'였다.

   
▲ 사진=YPC


돌이켜 보면, 조용필은 예전에도 음악적 충격을 안겨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기도하는~'(비련)으로 저절로 "꺅" 탄성을 이끌어내는 마법을 발휘했고, '단발머리'나 '못찾겠다 꾀꼬리'로 새로운 음악의 지평을 소개했다. '창밖의 여자'로 속을 아련하게 물들이다가 '여행을 떠나요'로 자유를 꿈꾸게 하기도 했다. '그 겨울의 찻집'은 들을 때마다 신기하게 미소 지으며 눈에 습기가 차는 경험을 하게 된다. '돌아와요 부산항에', '고추잠자리', '일편단심 민들레', '보고싶은 여인아'는 또 어쩔…

가왕이 다음 신곡을 내놓는 데는 또 거의 10년이 걸렸다. 지난해 11월 '세렝게티처럼'과 '찰나'를 발표했고, 지난달 '필링 오브 유(Feeling Of You)'와 '라'를 추가로 발표했다. 이 곡들은 정규 20집 앨범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선공개곡으로 먼저 팬들을 찾았다. 팬심이 있기 때문인지, 모든 곡들이 다 좋다.

조용필의 신곡이나 새 앨범이 나오는 기간이 비록 10년씩 길어도, 팬들이라면 별로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때마다 철마다 듣고 싶은 노래를, 플레이리스트에서 찾아서 들으면 된다.

   
▲ 사진=더팩트 제공


최근, 가수 겸 배우 임창정이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줬다. 엄청난 규모의 주가조작 세력과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다. 임창정은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며, 자신 역시 피해자 중 한 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자가 많고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안인 만큼, 관계 당국이나 수사 기관이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히고, 잘잘못을 따져 범법 사실이 드러난 관련자를 엄벌해야 할 것이다.

뉴스 자료 화면을 통해 임창정이 마이크를 들고 투자자들에게 뭔가 설명을 하는 모습을 봤다. 상당히 낯설었다.

배우로 초창기 활약을 할 때 임창정을 참 좋아했다. 이른바 훤칠한 외모를 갖춘 것은 아니지만 허당끼 있고 가벼워 보이면서도 서민적 순수함을 표현하는 데 탁월하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 '비트'에서의 철딱서니 없어 보였던 임창정, '색즉시공'에서 루저 같지만 젊은 청춘들의 고민을 진지하면서도 코믹하게 풀어냈던 연기가 아직도 선하다.

가수 임창정도 좋았다. '이미 나에게로', '늑대와 함께 춤을' 등으로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소주 한 잔' 들으면서 소주 한 잔 생각나지 않은 애주가가 있었을까.

각종 예능에서 본 임창정은 늘 유쾌했다. 탁월한 말쏨씨와 친화력으로 '만능 엔터테이너'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했다.

그런 임창정이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부르거나 대중적 공감을 사는 에피소드를 얘기하는 대신 투자 설명을 하고 권유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진실이 무엇이든 그는 지금 어울리지 않는 일을 한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는 듯하다.

   
▲ 사진=YPC


다시 조용필이다. 조용필은 대한민국 대중가요사에 불멸의 '가왕'으로 남을 것이다. 오직 노래와 음악으로 55년간 소통하면서 여전히 팬들의 심장을 바운스 바운스 하게 만든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는 말을 보태면 너무 진부할까.

조용필이 이번달 잠실종합운동장과 대구스타디움에서 콘서트를 갖는다고 한다. 73세의 '가왕'이 스타디움에서 수만 명 팬들을 불러모아놓고 자신의 노래를 부른다니, 행복할 것이다. 함께하는 팬들 역시 행복할 것이다. 요즘 날씨가 들쑥날쑥한데, 조용필의 콘서트가 있는 날은 청명한 날씨로 하늘도 함께 즐겨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