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채무자 대출잔액 720조…연체율도 2년여만에 최고치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자영업자들의 대출 위험이 심각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준 대출잔액이 1020조원에 육박했는데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일으킨 '다중채무자'의 비중이 70%를 돌파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2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 금융권에 불안함이 감지되고 있다.

   
▲ 자영업자들의 대출 위험이 심각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준 대출잔액이 1020조원에 육박했는데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일으킨 '다중채무자'의 비중이 70%를 돌파했다는 분석이다./사진=김상문 기자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진선미·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은행으로부터 확보한 자료 등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약 1019조 8000억원(대출자 수 307만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 같은 기간 약 909조 2000억원(262만 1000명) 대비 약 12.2%(110조 6000억원, 44만 9000명) 증가한 셈이다. 

이 중 다중채무자의 대출잔액은 720조 3000억원에 달했는데, 1년 전 같은 기간 630조 5000억원 대비 약 89조 8000억원 증가했다. 전체 자영업자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0% 를 넘어섰다. 특히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신용(7~10 등급) 또는 저소득(소득 하위 30%) 인 취약 대출자가 28만 1000명에서 33만 8000명으로 5만 7000명 증가했다.

소득분위별로 살펴보면 고소득(상위 30%) 자영업자의 대출잔액은 지난해 4분기 말 713조 9000억원, 중소득(30~70%) 자영업자는 186조원, 저소득 자영업자는 119조 9000억원으로 각각 나타났다. 

업권별로 살펴보면 은행권이 618조 5000억원으로 전체 대출액의 60.7%를 점유했고, 비은행권이 전체의 39.3%인 401조 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 대비 은행권 대출잔액은 5.5%, 비은행권은 24.3% 급증한 것이다. 

비은행권 대출을 업권별로 살펴보면 상호금융이 304조 9000억원으로 전체의 29.9%를 차지했고, 상호저축 28조원 기타 27조 2000억원(각 2.7%), 여신전문 25조 9000억원(2.5%), 보험사 15조 2000억원(1.5%)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업권의 대출 증가율을 살펴 보면 상호금융업권 26.8%, 보험업권 16.9%, 저축업권 20.7%, 여전업권 9.7%로 모두 은행권을 크게 상회했다.

대출잔액 증가세 속에서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여파로 다중채무자의 부실이 표면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4분기 0.26%를 기록해 직전 분기 0.19% 대비 약 0.07%p 상승했다. 연체율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2021년 4분기 0.16% 이후 등락을 거듭하다, 지난해 3분기부터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다중채무자의 연체율은 2021년 4분기 0.8%에서 지난해 4분기 1.1%로 크게 올라섰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고금리에 대출심사 강화로 은행에서 밀려난 취약 자영업자들이 비은행권으로 몰린 것 같다"며 "정부의 코로나 금융지원이 곧 끝나는 데다 연체율 증가도 두드러지는 만큼, 금융권도 충당금 적립 등 건전성 관리를 한층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진 의원은 "자영업 다중채무자와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한 자영업자 대출의 질적 악화가 확인된다"며 "2022년 한 해 동안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을 경감하고 자영업자의 상환능력을 높이는 맞춤형 지원방안 수립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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