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문화재 주변 건물 높이 기준 완화 조례 개정 추진
'35층 룰' 폐지 이후 규제 완화 속도…"스카이라인 다양화"
"개발·보존 한 쪽 치우쳐선 안돼"…문화재청도 계획 제동
[미디어펜=김준희 기자]서울시가 잇따른 높이 규제 완화를 통해 ‘마천루’를 받아들일 준비를 마치고 있다. 그간 일률적이었던 스카이라인이 다채로워지고 도시 경관이 개선될 것이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서울 내 수많은 문화재를 비롯해 특유의 분위기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는 부정적이라는 평가다.

   
▲ 서울시가 여의도 금융중심지 내 혁신 디자인 건축물에 용적률 완화 및 높이 규제 폐지 등 내용을 담은 '여의도 금융중심 지구단위계획(안)'을 수립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7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문화재 주변 개발 시 기존 적용된 건물 높이 기준을 완화하기 위한 조례 개정을 추진 중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2일 최응천 문화재청장을 만나 이 같은 규제 완화 방안 검토에 관한 협조를 요청했다.

현재 문화재 보존지역은 건설공사 시 높이를 일률적으로 규제한다. 보호구역 또는 외곽경계와 신축물 사이 거리를 반으로 나눠 문화재 높이를 더하는 방식이다. 서울시 문화재보호 조례에 따르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은 국가지정문화재의 경우 문화재 외곽경계 혹은 보호구역 외곽경계에서 100m 이내로, 지정문화재 등은 경계의 50m 이내로 정한다.

서울시는 심의 등을 통해 타당성이 인정될 경우 높이 기준을 완화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 신설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간 문화재 관련 장기간 일률적 규제로 노후화한 서울 도심 개발을 촉진해 도시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서울시는 최근 고층 건물 관련 규제를 잇따라 완화하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여의도 금융중심지 내 혁신 디자인 건축물에 용적률 1200% 이상 완화 및 높이 규제 폐지 등 내용을 담은 ‘여의도 금융중심 지구단위계획(안)’을 수립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금융특정개발진흥지구를 중심으로 350m 이상 초고층 건축물을 유도하고 높이를 추가로 더 완화할 수 있게 했다. 현재 여의도 최고층 빌딩인 파크원의 높이가 333m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해당 지구 내 높이 규제를 폐지한 것이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해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 발표를 통해 그간 아파트 높이를 제한해왔던 이른바 ‘35층 룰’을 폐지한 바 있다. 이후 여의도·잠실·강남 등 서울 내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잇따라 초고층 재건축 계획을 수립하면서 사업 추진에 불이 붙었다.

오 시장은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 발표 당시 “뚝섬유원지에서 잠실 쪽을 보면 칼로 두부를 잘라놓은 듯한 잠실아파트 단지를 볼 수 있다. 반면 광진구 쪽을 보면 조화롭게 배치된 스카이라인을 볼 수 있다”며 “바로 그런 스카이라인을 만들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서울시의 높이 제한 완화를 통해 한강변 스카이라인이 다채로워지고 도시 경관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일률적인 고층 건물 건립으로 인해 도시 경관이 획일화될 수 있고 각종 문화재를 통해 형성된 서울 특유의 분위기가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문화재 보호를 담당하는 문화재청도 이러한 서울시 계획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문화재청은 지난 23일 설명자료를 통해 “서울시로부터 ‘서울시 문화재보호조례’ 높이 기준 완화에 대해 공식적인 협의를 요청받은 사실이 없다”며 “문화재청은 서울시 건의에 대해 건축높이 규제완화에 따른 문화유산의 역사문화환경 훼손이 불가피한 만큼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세운지구 건축높이 완화는 세계유산 종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라며 “문화재청은 향후 세운지구 재정비촉진계획에 대한 변경 사항이 발생할 경우 서울시와 긴밀하게 소통해 종묘에 미칠 영향 등을 문화재위원회와 논의하고 필요시 유네스코에서 권고하고 있는 유산영향평가(HIA) 등을 통해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보존 중심이든, 개발 중심이든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게 되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개발 중심으로 가게 되면 도시 경관은 개선될 수 있어도 그 곳만이 갖고 있는 특유의 분위기는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차별화를 위해서는 개발과 보존이 적절히 어우러진 계획이 필요하다”며 “해당 지역 거주자들의 요구나 희망이 있을 경우 개발 허가를 내주되 필요시에는 규제를 할 수도 있는 유연한 대처가 필요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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