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금융권·인터넷은행 '집토끼' 이탈 막기 총력
[미디어펜=백지현·이보라·류준현 기자] 31일부터 은행 방문없이 스마트폰 앱을 통해 신용대출을 더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 서비스가 시작됐다. 금융당국은 은행, 저축은행, 카드·캐피탈 등 53개 금융회사가 참여하는 이번 서비스를 통해 차주의 이자부담 경감과 금융권의 금리경쟁 가속화가 촉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31일부터 은행 방문없이 스마트폰 앱을 통해 신용대출을 더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 서비스가 시작됐다./사진=김상문 기자

업계에선 연간 10조~11조원을 대환대출 시장 규모로 추산하고 있는 만큼 기존 고객인 '집토끼'이탈 우려와 타 업권 고객인 '산토끼' 모시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별로 분위기는 제각각인데 서비스가 시행된 첫날인 만큼 실제 파급효과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은행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시중은행에선 기존 고객 이탈을 막고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을 구사하면서도 기존 고객이 이탈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 간 금리차가 크지 않고, 고객 대부분이 주거래 은행을 통해 우대금리를 적용받아 대출을 실행하기 때문에 이미 최저수준의 금리로 대출을 실행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오히려 금융당국이 제시한 지침이 금융 소비자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 대출금리는 '준거금리+가산금리-우대금리'로 산정된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대출금리를 제시할 때 금융사별로 제시하는 우대금리를 제외한 '준거금리+가산금리'를 제시하도록 지침을 내림으로써 실제 대출받는 금리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실제 시중은행에서 넘어가는 고객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고객 대부분이 주거래 고객으로 거래 실적 등을 고려한 우대금리를 적용받아 이미 최저 금리의 대출을 적용받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당국의 지침으로 인해 우대금리 정보가 제외됨으로 인해 제공된 금리 정보와 실제 받을 수 있는 금리와의 차이가 크게 날 수 있어 혼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비스 첫날인 만큼 이용자가 갑자기 몰려 시스템 중단 등의 우려도 제기됐으나, 다행히 큰 혼란은 없었다고 은행 관계자는 설명했다. 은행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거래가 밀리거나 서버 다운이나 시스템 중단 등에 대한 우려가 있었는데 큰 혼란은 발생하지 않았다"며 "서비스 시행 첫날인 데다 고객들이 새로운 메뉴 구성에 대한 호기심으로 단순 조회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신청건수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전문은행·제2금융권 '산토끼' 이탈 막기 총력◇

인터넷전문은행은 자사 모바일 앱에 대출대환 서비스를 내놓으며 고객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이 한 눈에 대출을 확인하기 위해 플랫폼 비교서비스를 우선적으로 이용할 것"이라면서도 "전통 은행보다 직관적이고 편리한 모바일 앱 구성에 금리경쟁력도 갖추고 있는 만큼 고객 확보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방은행은 비교적 잠잠한 모습이다. 잠재 고객들이 타행 대출 정보를 은행 앱에서 조회하면서도 실제 신청으로 이어진 사례는 드물다는 평가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서비스와 관련된 내용이 전날 기사화되며 잠재 고객들이 유입됐다"면서도 "다만 실제 신청 건수는 많지 않고 대부분 단순 타행 대출 조회를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출비교 서비스를 제공 중인 플랫폼사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한 은행 관계자는 "플랫폼에 은행들이 입점해 있지만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경우 상품이 다양해 실제 플랫폼에 등록된 상품이 제한적일 수 있다"며 "입점한 은행도 플랫폼마다 제각각인 탓에 가장 많은 은행이 입점한 플랫폼(카카오페이)이 유리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반면 지방은행은 대출고객 확보가 시급한 만큼 다수가 이용하는 플랫폼의 파급효과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에 자사 앱에 서비스를 구현하면서 비교 플랫폼에도 상품을 내놓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동안 핀테크 플랫폼과의 제휴로 대출상품을 취급해왔던 데다 플랫폼의 타행 고객 유입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지방은행의 경우 그동안 플랫폼사와 제휴를 맺고 대출상품을 비교·판매했던 만큼 파급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토스 등 대형 플랫폼과 제휴해 자사 모바일앱과 함께 투트랙 전략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 카드사 등 2금융권 역시 시중은행에 우량차주를 빼앗길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다만 2금융권 고객이 1금융권으로 이동하기보다 2금융권 내에서 이동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고객 이탈과 유입이 같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고객 이탈과 신규 고객 유입을 위해 참여 금융사들은 자연스럽게 금리 인하 경쟁에 나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의 경우에는 참여도가 저조한 편이다. 국내 79개 저축은행 중 현재 대환대출 플랫폼 참여 예정 업체는 SBI, OK, 웰컴, 한국투자 등 18곳으로 23% 수준이다. 취약차주가 많은 저축은행의 경우 금리가 법정 최고금리(20%)에 육박하는데 은행권과 동등한 대출금리 경쟁으로는 고객을 유치하기 어려워 관망하는 모습이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수신금리를 올리면서 자금조달 부담도 커져 대출금리를 낮추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환대출 플랫폼을 통해 대출 갈아타기를 시도하는 중저신용자 고객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고객 이탈 우려와 신규 고객 유입이 기회가 동시에 존재하는 만큼 이번 기회를 활용해 저축은행들도 신규 고객들을 확보하는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대환대출을 한다고 해서 은행 각사에서 실행하고 있는 심사구조는 바뀌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2금융권을 이용하는 대부분이 신용 등의 이유로 1금융권을 이용하지 못하거나, 고신용자더라도 다중채무 등의 이유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은행으로 이동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백지현/이보라/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