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부진 여파에 기업가치도 하락세
신평사는 등급 상향…매각에 긍정 시그널
[미디어펜=김태우 기자]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 관심사인 HMM의 매각 작업이 정체된 분위기다. 

경기침체로 인한 경영불안과 높은 몸값 때문에 선 듯 나서는 기업들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운임정상화로 실적이 부진해진 HMM이지만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재무 안정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매각작업이 다시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HMM은 올해 1분기 매출 2조816억 원, 영업이익 3069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58%, 영업이익은 90% 감소한 수치다.

   
▲ 해운업의 디지털라이제이션 시대에 발맞춰 리뉴얼 된 HMM홈페이지. /사진=HMM 제공


HMM은 코로나19가 기승을부리던 지난 2021년(7조3700억원)과  2022년(9조9000억원)에 막대한 영업이익을 거뒀다. 하지만 최근 항만 정체 현상이 해소되고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해상 물동이 감소하면서 실적 하락했다. 

해운업의 수익성 지표인 컨테이너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해 1월에는 사상 최고치인 5000선을 돌파하기도 했지만 1년6개월 만인 올해 5월에는 983선까지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HMM이 하반기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등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HMM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올해 1분기 3069억 원에서 2분기 490억 원으로 줄고 3분기에는 400억 원의 영업 손실을 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수익성 악화로 인해 HMM 몸값도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자산운용 업계가 추산하는 HMM의 기업가치는 10조 원을 상회했지만 최근 8조 원대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업황 악화로 인한 수익성 하락에도 국내 신평사들은 HMM의 기업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하는 등 회사의 재무구조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NICE신용평가는 2022년 결산 재무제표 기준 기업신용평가에서 HMM의 기업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A-'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해 12월 'BBB'에서 'BBB+'로 상향된지 5개월 만이다. 

NICE신용평가는 "HMM은 원양 컨테이너 선사로 선복량 기준 국내 1위, 글로벌 8위의 시장지위를 확보하고 있다"며 "풍부한 유동성 등 재무적 대응력을 바탕으로 매우 우수한 재무구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시장 관계자들은 비록 기업가치는 낮아졌지만, 시장 지배력은 높아진 현 상황이 HMM 매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있다. 

실제로 HMM의 사업 경쟁력은 크게 개선된 상태다. HMM은 지난 2020년 4월부터 순차적으로 아시아-유럽 구간에 2만4000TEU급 12척과 1만6000TEU급 8척 등 총 20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운영하면서 선복량을 끌어올렸다.

특히 '2022 Clean Cargo 온실가스 배출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HMM은 지난해 아시아-유럽 구간에서 탄소를 가장 적게 배출한 선사로 선정됐다. 그만큼 연비 좋은 선박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나아가 현재 현대LNG해운을 인수에 나서며 신사업 진출로 사업영역을 다각화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어 기업경쟁력이 강화됐다. 

업계 관계자는 "M&A시장의 최대어인 만큼 높은 몸값은 인수를 해야하는 기업에게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며 "새로운 성장가능성이 추가되며, 기업 경쟁력이 높아지고 재무구조 개선에 몸값까지 낮아지면 충분히 매력적인 조건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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