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법인세 ‘0원’…창업 초기 이후 50여 년 만에 처음
정부, 재정 지출 줄이고 경제 근간 되는 기업 기 살려야
[미디어펜=조우현 기자]국내에서 법인세를 가장 많이 냈던 삼성전자가 올해엔 법인세 ‘0’원을 신고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 반도체 불황에 따른 대규모 적자 영향이 크다. 

삼성전자 뿐 아니라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 역시 전년 대비 45% 가까이 급감해 법인세수 감소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재정 지출을 줄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정책을 실현하는 게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국내에서 법인세를 가장 많이 냈던 삼성전자가 올해엔 법인세 ‘0’원을 신고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 반도체 불황 탓에 대규모 적자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사진은 서울 빌딩숲 전경.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12월 결산 상장기업 705개의 지난해 개별 기준 영업이익은 39조5812억 원으로 전년 대비 44.96% 급감했다.

특히 전체 법인세수의 10%를 담당했던 삼성전자의 경우 개별 기준 11조5000억 원 규모의 영업 적자를 내 올해 법인세 납부액이 0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조67000억 원의 적자를 냈던 SK하이닉스 역시 올해 법인세를 0원으로 신고했다.

반도체 업황이 둔화되면서 적자를 피하지 못했던 탓이다. 삼성전자가 법인세를 내지 못한 사례는 영업손실을 봤던 창업 초기를 제외하고 50여 년 만에 처음이다. 

이에 따라 정부 역시 올해 예산안에서 국세 수입을 367조3000억 원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예산안 대비 33조2000억 원(8.3%) 줄어든 수준이다.

특히 법인세의 경우, 지난해 예산안보다 27조3000억 원 감소한 77조7000억 원이 걷힐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 지난해 실적을 기초로 법인세를 신고했던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크게 떨어진 탓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2월 결산 기준 코스피 상장기업 705개의 지난해 개별 기준 영업이익은 39조5812억 원으로 전년보다 44.96% 급감했다.

문제는 세수는 감소한 반면, 정부가 지출해야 할 금액이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당선인들이 선거 기간 동안 내놓은 사회간접자본(SOC) 공약을 이행하는 데는 최소 278조 원이 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야당에서는 ‘전 국민 1인당 25만 원’이라는 민생회복지원금을 추진할 계획이어서 13조 원의 추가 지출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재계에서는 이럴 때일수록 세수의 큰 지분을 차지하는 기업의 기를 살리는 게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결국 경제의 근간이 되는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고 돈을 버는 것이 정부 재정에도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지난 10일 치러진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범야권이 다수당을 차지하게 되면서 정부가 내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위해 내놓은 ‘감세 정책’ 등 규제 완화의 목소리는 당분간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법인세와 상속세 완화 등 감세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부자 감세’라며 대대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세수 부족을 이유로 세금을 줄여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세금 완화 정책이 일시적으로 세수 감소를 가져올 순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결국 세수 증가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의 전신인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996년부터 2020년까지의 연간 법인세수와 GDP, 실업률 통계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실질법인세수를 10% 낮추면 경제성장률은 1.07배(6.94%)로 높아지고, 실업률은 0.98배(1.90%)로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실질법인세수 감세로 단기적으로는 세수가 감소하지만, 경제성장률 제고로 인한 세수 증대효과가 이보다 크기 때문에 실질법인세수 경감이 오히려 법인세수를 1.03배(2.94%) 증가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재계 관계자는 “개인이었다면 수입이 줄었는데 지출인 늘어나는 경우 파산을 면치 못한다”며 “이럴 때일수록 정부는 지출을 줄이고, 과감하게 세수의 근간이 되는 감세, 규제 완화 등 기업의 기를 살리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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