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동강난 야당지도부, 86 최고위원 '반란'

[미디어펜=이상일기자]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카드'를 둘러싸고 둘로 쪼개졌다.

문 대표가 재신임 투표 강행 의사를 밝히자 '86그룹' 대표주자인 오영식 최고위원까지 투표 재고를 요구하는 등 반기를 들며 지도부 내분이 격해졌다.

친노(친노무현)·비노(비노무현) 인사들은 뿌리깊은 불신 속에 날선 공방을 주고받았고, 비노 진영 최고위원 및 의원들의 긴급회동과 당 중진들 모임까지 이어지는 등 벌집을 쑤셔놓은 듯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특히 비노 의원들 모임에서는 '대표 직무정지' 언급까지 나오는 등 전운이 고조됐다.

■최고위 갈등 폭발…文 vs 非文 정면충돌 = 11일 열린 최고위원회의는 비공개 사전회의부터 문 대표의 재신임 투표가 '뇌관'이 돼 고성이 오가는 등 난장판을 방불케 했다.

오 최고위원이 "상의없이 투표를 결정했다"면서 문 대표를 정면으로 비판하며 언성을 높이자 회의장은 발칵 뒤집혔다.

이종걸 원내대표나 주 최고위원 등도 조기 전당대회를 요구하며 재신임 투표에 반대했다.

특히 문 대표가 재신임 투표에서 문 대표가 당원투표와 국민여론조사 중 어느 한쪽에서만 부결되도 사퇴하겠다는 '배수진'을 쳤지만, 이 과정에서도 최고위원들과 오해가 불거졌다.

주 최고위원은 "모두 양쪽을 50%씩 적용해 합산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유인물에도 그렇게 나와 있다"며 "이렇게 소통이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당 관계자는 "유인물은 실무진의 착오"라며 "문 대표는 처음부터 국민과 당원 모두에게 재신임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주 최고위원은 또 문 대표를 향해 "본인이 문제를 내고 채점도 하면 당원들이 얼마나 믿겠느냐"라고 지적했고, 이 원내대표도 "국감을 망치려 하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이처럼 거센 반대에도 문 대표는 재신임 투표 실시를 강력히 밀어붙였다.

다만 중간에 자리에서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거나, 얼굴을 붉히며 "나보고 어쩌라는 거냐. 계속 흔들 것 아니냐"고 하는 등 격앙된 모습을 간간히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막판에는 문 대표가 국감장에 간다며 자리를 떠났고, 곧바로 대변인을 통해 재신임 투표 계획을 발표했다고 복수의 관계자들이 전했다.

실제로 문 대표는 반발 속에서도 재신임 투표관리위원회 1차회의를 진행하는 등 투표절차에 돌입했다.

■양분된 최고위, 또 와해 위기…세 대결 전면전 = 최고위는 2·8 전대로 진용을 짠 뒤 한시도 바람잘 날이 없었다.

주 최고위원과 정청래 최고위원이 4·29 재·보궐선거 패배 책임론을 둘러싸고 충돌하면서, 정 최고위원이 이른바 '공갈 발언'으로 징계를 받고 주 최고위원도 사퇴 의사를 밝히며 이탈하는 등 홍역을 치렀고, 6월에는 이 원내대표가 문 대표의 최재성 사무총장 인선 강행에 반발해 당무를 거부하기도 했다.

이번에도 최고위는 완전히 양분되면서 사실상 기능 마비 위기에 처했다.

우선 전병헌 최고위원은 블로그에 글을 올려 "재신임 투표는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하루라도 빨리 재신임 투표를 해야 한다"고 힘을 실었다.

그러나 주 최고위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문 대표가 최고위원에게 복종을 강요하며 들러리를 서는 역할로 만들었다. 이것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키려던 정당민주주의인가"라며 "'문재인의, 문재인에 의한, 문재인을 위한 1당'으로 전락했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주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이 원내대표나 유승희 최고위원 등과 별도 회동도 가졌다.

오 최고위원도 "(최고위원직 사퇴까지)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하는 등 '중대 결심'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며 압박 강도를 높였다.

■비노·중진모임 '긴박'…정세균은 연석회의 박차 = 당내 친노 진영과 비노 진영의 날선 공방은 이날도 계속됐다.

친노 인사인 김경협 의원은 트위터에 "여차하면 지도부를 갈아치우는데, 국민이 이런 당을 신뢰할 수 있겠나"라며 "(조기)전대 주장은 당을 쪼개고 총선을 포기하자는 것"이라고 남겼다.

반면 비노 인사인 김동철 의원은 성명을 내 "혁신은 당 대표가 정치생명을 걸고 추진했어야 했다. 그러나 문 대표는 충정마저 '흔들기'로 폄하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표의 살신성인만이 자신도 빛나고, 당의 활력도 회복하며, 총선 승리에 기여할 일석삼조의 해법"이라면서 대선주자급 인사들이 모두 참여하는 비대위 구성을 제안했다.

비노의원 모임인 '민주당의 집권을 위한 모임' 소속 의원 8명도 긴급 회동을 했다. 모임에서는 "대표의 직무를 정지한 뒤 직무대행이 재신임 절차를 밟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오후에는 이석현 국회부의장 주도로 3선 이상 중진들이 회동을 해 대책을 논의하는 등 당내는 온종일 숨가쁘게 돌아갔다.

여기에 문 대표와 정세균 상임고문은 이날 단독 회동을 해 정 상임고문이 제안했던 당내 지도자들이 참여하는 '연석회의' 구성방안을 논의했다.

문 대표는 회동 후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재신임이 된다면 단합된 길로 나가야 한다. 정 상임고문의 연석회의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재신임이 된다면 (기대를)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상임고문은 문 대표 외에도 이번 구상을 위해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나 김한길 전 대표 등을 두루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