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기자]낚시어선 돌고래호(9.77t·해남 선적) 전복사고를 수사하는 제주해양경비안전본부는 돌고래호의 엔진이 꺼진 뒤 너울이 쳐 사고가 났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11일 밝혔다.
선체 합동 감식을 연기한 데 대해서는 "사고 전 선박 엔진이 꺼진 것으로 추정돼 엔진 검사를 면밀히 조사하기 위해 전문가를 참여시키려다 보니 늦어지고 있다"고 뒤늦게 해명했다.
이평현 제주해경본부장은 이날 선체 합동 감식을 미룬 것에 대한 의혹이 커지자 이같이 밝히며 "만일 전복사고 전에 엔진이 멈췄다면 엔진이 멈춘 게 외부적 요인 때문인지, 내부적 요인 때문인지 밝히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해경은 지난 9일 돌고래호 선체를 추자도 신양항으로 인양한 지 이틀 뒤인 11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선박안전기술공단 등과 합동 감식을 진행하려 했다가 돌연 계획을 바꿔 일정을 연기했으나 별다른 이유를 내놓지 않아 의혹을 산 바 있다.
해경은 생존자 3명의 진술을 분석한 결과 엔진 내부 결함, 불량 연료유 사용, 침수 여부 등 사고 당시 엔진의 상태를 밝히는 것이 감식에서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사고 당시 추자도 해역에는 비바람이 강하게 불고 파도가 높게 치는 상황이었는데, 큰 파도가 칠 때 엔진 정지 여부는 선박 전복사고에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생존자 박모(38)씨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해상 이동 중 잠들어 있었는데 배의 시동이 꺼지면서 선장이 밖으로 나가라고 했고 이후 배가 뒤집혔다"고 말하기도 했다.
해경은 이에 따라 엔진이 멈춘 부분을 자세히 조사하기 위해 애초 합동 감식에 참여하기로 한 국과수와 선체 외부감식에 전문성을 갖춘 선박안전기술공단 외에 엔진 분야 전문가를 추가시키기로 하고 해난안전심판원에 전문가 추천을 요청해둔 상태다.
지난 9일 인양돼 신양항 추자해양경비안전센터 앞에 옮겨진 돌고래호 선체는 파란색 방수포로 덮인 채 보관돼 있다.
합동 감식은 현재까지는 다음주 말이나 다음다음주 초께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실종자 집중수색은 앞으로 21일까지 열흘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돌고래호 실종·사망자 가족 대책위원회는 이날 제주해양경비안전본부를 찾아 수색 현황 및 계획에 대한 설명을 듣고 해양수산부·해경·제주도 관계자 등과 협의를 한 뒤 가족대책회의를 거쳐 이같이 결정했다.
열흘 이후부터는 상황에 따라 해경의 해상 작전에 필요한 인원을 제외한 가용 인력만으로 실종자 수색을 하기로 합의했다.
최영태 가족대책위원장은 "어디에 있는지 모를 시신을 찾는데 국민의 세금이 쓰이는 것은 바라지 않기 때문에 10일이라는 기간을 정했다"며 "앞으로 열흘간 모든 인력을 동원해 실종자를 적극 수색하는데 해양수산부와 국민안전처, 지자체 등이 협력해주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날도 해경 함정 26척과 해군 함정 8척, 관공선 8척, 저인망 어선 16척, 항공기 8대 등이 동원돼 추자도 사고 해역 일대를 광범위하게 수색했다.
이날부터는 실종자가 해상에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해경과 해군 잠수사 60여명이 수중 수색과 수면 위 수색을 병행했다.
그러나 전날 오후 11번째 사망자 김모(48)씨 시신을 수습한 이후로 추가 발견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이날 오후에는 이성호 국민안전처 차관이 제주를 찾아 실종자 수색 상황을 점검하고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했다.
돌고래호는 5일 저녁 추자도 신양항에서 출항, 전남 해남 남성항으로 가다가 통신이 끊긴 뒤 11시간 가까이 지난 6일 오전 6시 25분께 추자도 인근 해역에서 전복된 채 발견됐다.
해경은 돌고래호 승선 인원을 21명으로 잠정 집계했다. 이 가운데 현재까지 11명이 숨진 채 발견됐고 3명은 구조됐다. 7명은 실종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