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긴급하게 심정지 환자를 이송하다 안전지대를 침범해 사고를 내 기소된 119대원에 대해 법원이 공소를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단독(김민정 판사)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소방공무원 표모씨(32)의 사건에서 검사의 공소를 기각했다고 12일 밝혔다.
공소기각은 피고인의 유·무죄를 따지기에 앞서 검찰의 기소 자체가 잘못됐다고 보고 판결을 내리지 않는 것이다.
표씨는 올해 3월24일 정오께 동작구 사당동에서 길에 쓰러진 60대 남성을 서울성모병원으로 긴급히 옮겼다. 남성의 배우자는 구급차 조수석에 탔다.
구급차는 사이렌을 울렸지만 일부 차량은 길을 터주지 않거나 구급차 앞쪽으로 계속 진행했다. 표씨는 속이 타들어갔지만, 차들을 기다리거나 차선을 변경하며 운전해야 했다.
서초구 반포동까지 온 표씨는 전방 교차로에서 앞차들이 정지할 것 같자 1차선으로 건너간 뒤 중앙선 안에 있는 안전지대로 진입해 직진했다.
그런데 그때 1차선에 있던 한 승합차가 구급차 앞으로 불법 유턴을 했고, 이를 피하지 못한 구급차는 결국 승합차의 뒷문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조수석 여성은 전치 3주의 얼굴 뼈 골절을 당했다. 검찰은 표씨가 안전지대를 침범해 여성에게 상해를 입혔다며 기소했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의 제1호에 따르면 통행금지 또는 일시정지를 내용으로 하는 안전표지가 표시하는 지시를 위반해 운전하면 처벌하게 돼 있다.
그러나 김 판사는 "긴급하고 부득이한 경우에 긴급자동차는 중앙선과 마찬가지로 안전지대에도 진입해 통행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도로교통법 제29조 제1항에 따라 구급차와 같은 긴급자동차는 도로 중앙이나 좌측 부분을 통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판사는 당시 표씨가 시간이 지체될수록 뇌손상이 우려되고 생명이 위태로운 심정지 환자를 옮기려 안전지대에 진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승합차가 갑자기 불법 유턴할 것이라 예상할 수 없었으며 피할 시간적 여유도 없었던 만큼 교통안전 주의 의무를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김 판사는 "이 사건 공소제기는 무효"라며 "긴급상황에서 교통 상황에 비춰 안전지대 진입이 부득이하다고 본 표씨의 신속한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