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기자]예금보험공사가 파산한 저축은행으로부터 받은 보물 고서적 18점에 대해 14일 진행된 서울옥션 제1차 고서경매에서 정약용 필적 하피첩이 최고가인 7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보물 제1683-2호인 정약용 필적 하피첩은 다산 정약용이 1810년 귀양지인 전남 강진에서 부인이 보내준 치맛감에 아들을 위해 쓴 편지를 모은 것이다. 본래는 네 첩이었으나 하나는 사라지고 세 첩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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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약용 하피첩/문화재청 홈페이지 캡처 |
정약용 필적 하피첩은 2억5000만원에서 시작해 5000만원 단위씩 가격이 올라간 뒤 7억5000만원에 최종가가 결정됐다. 이 고서적의 추정가는 3억5000만∼5억5000만원이었다.
하피첩과 함께 관심을 끈 또 다른 문화재인 월인석보 권9, 권10은 7억3000만원에 낙찰됐다.
조선 세조 5년(1459)에 간행된 월인석보는 훈민정음 창제 직후의 한글 사용례와 한글 서체의 변천 과정을 알 수 있는 문화재로 평가된다.
이외에도 경국대전 권3은 2억8000만원, 이한진 전예 경산전팔쌍절첩은 2억원,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언해는 1억7000만원에 판매됐다.
이번 경매에 나온 보물 고서적 18점은 모두 낙찰돼 100%의 응찰률을 보였다. 낙찰 최저가는 대혜보각선사서와 대승기신론의기의 1억500만원으로 모두 1억원 이상에 팔렸다.
보물 고서적의 경매 총액은 38억1500만원이었으며, 이 금액에 구매 수수료로 약 12%가 추가된다. 91점이 거래된 서울옥션 제1차 고서경매의 판매 총액은 42억3100만원이었다.
이날 보물 고서적 경매에는 ▲ 국공립 미술관과 박물관 ▲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된 문화재단과 문화재단에 소속된 미술관 ▲ 종교재단(개인 재산으로 설립된 단체 제외) ▲ 사립 미술관과 박물관 ▲ 공공성을 띤 비영리기관과 단체만 응찰이 허용됐다.
경매에서 보물로 지정된 고서를 구입한 곳은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15일 이내에 소유자 변경 신고를 해야 한다.
한편 예금보험공사는 이날 미술품 경매로 회수된 금액을 파산 저축은행 피해 예금자 보호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유명 미술품이 대거 나오는 메이저 경매의 낙찰률이 70% 안팎인데, 이번 고서경매에서는 낙착률 100%를 기록했다"면서 "경매자들 사이에서 경합이 일어나면서 많은 고서적이 추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