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트렁크 살인' 용의자 김일곤(48)이 자신에게 피해를 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명단을 적은 메모지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혼잣말로 "이것들을 다 죽여야 하는데"라고 중얼거려 강도살인이 아닌 증오범죄의 가능성이 제기된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김씨가 10여명의 이름과 직업을 적은 메모지 2장을 그의 옷 주머니에서 발견했다고 18일 밝혔다. 그 중 일부는 이름 대신 '의사, 간호사' 등 직업만 적혀 있었다.
경찰 조사에서 김씨는 "교통사고가 났을 때 나를 치료한 의사와 돈을 갚지 않은 식당 여사장, 과거 나를 조사한 형사 등을 적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메모지 명단에 오른 인물 중 실제로 김씨가 범행 대상으로 삼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며 "아직은 허무맹랑한 계획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달 9일 충남 아산의 한 대형마트 지하 주차장에서 주모씨(35·여)를 덮쳐 차량째 납치해 끌고 다니다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차와 휴대전화를 뺏으려고 범행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메모지가 발견되면서 단순 금품을 노린 강도살인이 아니라 증오범죄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씨는 경찰에 "예전에 식자재 배달일을 했을 때 마트 주인 중 여주인들이 미수금이 많았고 돈을 주지 않고 달아난 여주인들도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져 김씨가 평소 여성에 대한 증오심이나 혐오감을 키워온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경찰은 김씨가 소지한 다른 소지품 중 범행과 관련된 것이 있는지 추가로 수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