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남자 태권도 '신성' 박태준(경희대)이 태권도 종주국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살렸다. 도쿄 올림픽 노골드 수모를 날린 금빛 발차기를 했다.

박태준(세계랭킹 5위)은 8일 새벽(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남자 58kg급 결승에서 가심 마고메도프(아제르바이잔·세계 26위)와 맞붙어 상대 부상으로 인한 기권승을 거뒀다.

2020 도쿄 올림픽(2021년 개최)에서 한국 태권도는 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따지 못해 종주국의 체면이 깎였다. 박태준이 올림픽에서 끊겼던 태권도 금맥을 8년 만에 다시 찾아준 것이다.

   
▲ 태권도 남자 58kg급 금메달을 딴 후 태극기 세리머니를 펼치는 박태준. /사진=파리 올림픽 공식 SNS


남자 선수의 태권도 금메달은 무려 16년 만이다. 2008 베이징 대회 손태진(68㎏급), 차동민(80㎏ 초과급)의 금메달 이후 세 대회 연속 태권도 남자 종목에서의 금메달 소식은 없었는데 이번에 박태준이 해냈다.

또한 박태준은 경량급인 58kg급에서 한국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현역 시절 최고 인기를 누렸던 이대훈(대전시청 코치)이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것이 이전 최고 성적이었다.

박태준은 결승에 오르기까지 파죽지세로 승승장구했다. 16강전에서 베네수엘라의 요한드리 그라나도(29위)를 맞아 단 한 포인트도 허용하지 않고 2-0으로 완벽하게 제압했고, 8강전에는 개최국 프랑스의 기대주 시리앙 라베를 접전 끝에 2-1로 물리쳤다.

4강전이 고비로 여겨졌다. 세계랭킹 1위이자 도쿄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모하메드 칼릴 젠두비(튀니지)를 만난 것. 하지만 박태준은 거침없었다. 시원시원한 발차기를 앞세운 공격적인 경기 운영으로 2-0으로 완파하고 결승에 올랐다.

박태준은 결승전에서 시작과 함께 맹공을 퍼부으며 포인트를 계속 따냈다. 박태준의 공세에 밀리던 마고메도프가 1라운드 종료 1분 7초를 앞두고 부상까지 당했다. 발차기를 시도하던 중 왼쪽  정강이 부위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치료를 하고 몇 분간 통증을 가라앉힌 뒤 마고메도프는 경기를 이어갔지만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니었고 박태준이 1라운드를 9-0으로 앞서며 마쳤다.

1라운드 종료 후 제대로 걷지도 못한 마고메도프는 고통을 참아가며 2라운드도 나서는 투혼을 보였지만 박태준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13-1까지 점수 차가 벌어진 가운데 마고메도프는 통증이 심해져 다시 쓰러졌고, 결국 기권을 하면서 박태준의 금메달이 확정됐다.

박태준은 부상 당한 마고메도프를 걱정하고 위로해주는 모습을 보인 후에야 금메달 획득의 기쁨을 나타냈다.

어린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낸 박태준은 한성고 재학 중이었던 2022년 국가대표로 처음 선발됐다. 지난 2월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세계랭킹 3위인 선배 장준을 제치고 첫 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박태준의 금메달로 이번 대회 대한민국 선수단 금메달 수는 12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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