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비슷한 외모를 이용해 그의 친척 행세를 하며 수억원대의 사기를 친 일당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청와대 산하 통치자금 관리부서 직원으로 행세하면서 투자금 명목으로 돈을 뜯은 혐의(사기)로 김모(59)씨 등 3명을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올해 초 "청와대의 비밀 통치자금 1280조원이 22명의 차명계좌에 나뉘어 들어있다"면서 "이를 공식자금으로 전환하는 비용 1억원을 빌려주면 며칠 내로 2억원을 돌려주고 추후 공로금 30억원도 주겠다"며 하모(80·여)씨 등 2명에게서 2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대통령 통치자금 관리 부서인 '국고국'에서 일한다면서 피해자들을 속였다.

김씨의 경우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닮은 용모를 이용해 그의 6촌 동생 행세를 하면서 피해자들을 믿게 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는 얼굴이 김 전 실장과 아주 많이 닮았다"며 "직접 김씨를 보고는 외모를 보고 다들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하씨 등에게는 '통치자금 존재 사실을 누설하면 민형사상 책임을 진다'는 내용의 보안각서도 쓰게 했다.

경찰은 첩보를 통해 이달 초 이들 3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이전에도 비슷한 사기 행각을 벌여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다른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라면서 "국고국이나 청와대 비밀 통치자금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