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2인 체제' 존폐여부 갈림길…서울행정법원 재판부 26일 결정에 달려
"심의가 생명인 합의제 의사결정 구조 어긴 불법적 행태" vs "막연한 추측"
이사진 임기 만료에 후임자 선정…2인체제 시작 후 여야 서로 탓해 '정쟁화'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방송통신위원회가 연일 MBC·KBS 등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놓고 치열한 대립 양상을 연출하고 있다.

민주당이 장악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을 증언 거부로 고발하자, 김태규 직무대행도 민주당 과방위원들을 고소하겠다고 맞섰다.

논란의 핵심은 현 방통위 2인체제의 정당성, 불법 여부다.

MBC 경영을 좌우하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임명 집행정지 결정 및 이진숙 방통위원장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시작을 앞두고, '방통위 2인체제'는 중대 기로에 섰다.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당초 9일로 예정됐던 집행정지 심문기일을 지난 19일로 미루면서 방문진 새 이사들의 임명 효력을 26일까지 잠정 정지했고, 방통위가 임명한 새 이사들에 대한 임명 효력 집행정지 사건의 결론을 오는 26일까지 내기로 했다.

민주당 입장을 대표하는 최민희 국회 과기방통위원장은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사 선임이 불법으로 이뤄진 사실은 앞서 청문회에 출석한 조성은 사무처장이 '토론 없이 7~8회 투표로 정했다'고 한 증언으로 이미 확인됐다"며 "심의가 생명인 합의제 방통위의 의사결정 구조를 어긴 불법적 행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민희 위원장은 "이처럼 이미 확인된 불법의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속기록 제출을 국회법과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라 적법하게 요구했고, 회의 과정에 대해 질의했음에도 김태규 직무대행은 횡설수설 자료 제출과 증언을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 2024년 7월 2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에 맞선 김 직무대행은 전날 오후 정부과천청사 방통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행정부의 인사권 행사에 대한 감시 기능에서 나아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간섭하는 건 인사권을 입법부가 행사하겠다는 것"이라며 "권력분립 원칙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처사"라고 반박했다.

김 직무대행은 "행정부는 집행기관으로서 (방문진과 KBS 이사회 등) 기구를 구성할 의무가 있고, 방통위는 이를 위한 인사권을 행사하는 데 자유재량을 가진다"며 "이사 선임이 불법적이라거나 정부가 방송장악을 시도했다는 사실을 소명할 아무런 자료가 없다. 막연한 추측"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기존 방문진·KBS 이사진의 임기는 만료됐고, 방통위가 이사진의 후임자를 선정한 건 맞다. 이 때문에 민주당측은 계속해서 '방통위 2인체제'로 인사권을 행사한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현재의 '방통위 2인체제'는 지난해 8월 윤대통령이 이동관 방통위원장을 임명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민주당 몫으로 최민희 방통위 상임위원 내정자(현 국회 과기방통위원장)를 추천해 놓았지만, 윤대통령이 결격 사유에 대한 법제처의 유권 해석이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7개월 넘도록 임명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당시 윤대통령이 추천한 이동관 방통위원장과 이상인 방통위원 2명으로만 방통위를 운영한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나머지 3인의 추천권을 쥔 여야가 21대 국회 막바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관련 절차를 밟지 않으면서, 여야가 현 2인체제에 대한 책임을 서로 탓하고 있어 진척이 없는 상태다.

여당은 '민주당이 야당 몫을 추천하지 않고 있어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는 주장이고, 반면 야당은 '대통령이 최민희 내정자 건처럼 임명을 막아 국회 몫 추천이 안되고 있어 정부에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여야가 같은 사안에 대해 정반대로 보고 있는 상황이다.

'방통위 2인체제'에 대해 법조계 및 대통령실 안팎의 목소리를 종합해 보면, 법원이 기각 결정을 내려 정당성을 인정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우선 이사진 임기 도중 해임된 것이 아니라 임기 만료로 새로 선임했기 때문이고, 공영방송 이사진 인사권은 방통위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사권 시행에 있어 그 선임 절차를 세부적으로 규정한 조항이 없기 때문에, 서울행정법원 재판부가 이사진 임명 효력 집행정지 사건에서 '기각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미 지난해 8월 25일 이동관 방통위원장 임명 이후 지난 1년간, '방통위 2인체제'는 한국교육방송공사 보궐이사 임명건을 시작으로 10차례 이상 의결한 바 있다.

법원이 방통위 의결건을 모두 뒤집는 결정을 내리기에는, 이를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법조계 분석도 나온다.

현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임명된 날 공영방송 새 이사진 선임을 의결한 후, 임명 이틀만에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직무정지되었다.

재판부가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현행법상 방통위 회의는 최소 2명만 있어도 열 수 있고 재적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된다.

반면, 재판부가 극적으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본안 판결 때까지 새 이사들의 임기 시작은 불가능하고 현 방통위 2인체제에서의 행정 행위는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로 인해 방통위는 조직 존폐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