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2기' 민주당, 당론채택 가능성…당내 이견 조율해 구체안 낼지 주목
중산층 공략에 나선 민주당, 기업인·자산가·국민 아우르는 당·정과 '입장 차'
국힘 "시대의 흐름, 올 12월 국회 처리 전망" vs 민주 "공제액만 조정할듯"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여야가 '상속세 완화'를 목표로 입법 경쟁에 속도가 붙었지만, 여야 각각 '최고세율 완화'와 '공제 상향'이라는 서로 다른 각론에서 부딪히면서 갈 길은 멀 전망이다.

이번 '상속세 완화' 추진은 '이재명 2기' 더불어민주당의 달라진 모습에서 비롯됐다.

우선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그동안 상속세를 완화하자고 주장해온 국세청 차장 출신 임광현 의원을 당 정책위 상임부의장(원내부대표)에 21일 임명했다.

임광현 원내부대표는 이날 "상속세 일괄공제액을 현행 5억원에서 8억원으로, 배우자 상속공제 최저한도를 현행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올리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민주당발 상속세 완화 움직임이 시작됐다.

기획재정부 2차관 출신인 안도걸 민주당 의원도 공제액 각각을 7억5000만원까지 올리는 발의안을 준비하고 있다.

현행 기준은 일괄공제 5억원 및 배우자공제 5억원, 자녀공제는 5000만원이다.

이 기준은 1997년 상속세법 제정 이후 27년째 그대로다. 1997년 당시 서울 지역의 전용면적 84㎡ 아파트 기준 평균 매매가격은 2억2500만원이었고, 이는 27년 뒤인 2024년 6월 12억218만 원으로 5.3배 상승했다. 현 경제 상황과 시류, 국민 정서에 맞지 않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 3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방송 4법' 중 마지막 법안인 한국교육방송공사법(EBS법)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 속에 통과되고 있다. 2024.7.30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결국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이를 각각 8억원 및 10억원으로 올리자고 나서면서, 상속세 완화가 급진전되는 분위기다.

다만 상속세 완화를 먼저 추진한건 정부와 여당이다.

앞서 정부는 올해 자녀공제를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올리는 세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상속세와 관련해 정부는 최고세율을 기존 50%에서 40%로 인하하는 방안을 중심으로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국민의힘에서는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송언석 의원이 지난 7월말 일괄공제를 10억원으로, 배우자공제를 10억원으로 올리는 상속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송 의원을 비롯한 국회 기재위 여당 의원들과 국민의힘 재정세제특별개편특위 소속 의원들이 공동발의자로 발의해, 이 상속세법 개정안은 사실상 당론법안으로 꼽힌다.

관건은 여야 협상 카드가 어느 정도 나온 이상, 앞으로 어떻게 조율될지 논의 과정에서 어떤 디테일을 살리고 죽일지에 달렸다.

정부와 여당은 상속세 완화 대상을 넓게, 장기적으로 보고 있다.

   
▲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오른쪽)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내 자본시장과 개인 투자자 보호를 위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정책 간담회'에서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송언석 의원(왼쪽)과 대화하고 있다. 2024.8.22 /사진=연합뉴스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인하하자는건 중소기업 등 가업을 상속하려는 기업인들과 자산가들이 반색할만한 소식이고, 자녀공제를 5억원으로 올리자는건 부모-자녀라는 가정의 가치를 중요시하겠다는 복안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22일 본보 취재에 "지금의 상속세에 '부자감세'라는 야당의 프레임은 먹히지 않는다"며 "정치공학적으로 봐도 수도권 지역 의원들의 상당수가 야당이기 때문에 상속세 완화는 시대의 흐름"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여야 및 정부안을 아울러 이 모두 정부의 세수와 직결되기 때문에 향후 세입부수법안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 경우 올해 12월 국회에서 정부 예산안이 통과될 때 함께 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관측했다.

반면 민주당은 이번 상속세 완화에 있어서, 아파트 등 주택을 소유한 '중산층'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18일 당대표 당선 직후 "세금이 중산층을 어렵게 해서는 안 된다"며 "남편이 사망해서 부인이 집 한 채를 상속받으면 상속세 수억 원이 나와 집에서 쫓겨나는 일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상속받을 재산이 집 한 채에 불과한데, 상속세 수 억 원을 내기 위해 그 집을 팔아야 하는 '모순'을 막자는 의도다.

   
▲ 1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전국당원대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신임 당대표로 선출된 이재명 대표가 당기를 흔들고 있다. 2024.8.18 /사진=미디어펜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본보 취재에 "1997년 법 제정 당시의 기준으로 일부분 돌아가자는 것"이라며 "그동안 집값 상승이 만만치 않았고 평균 매매가 이상인 서울 아파트를 상속받더라도 세 부담이 적도록 설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정부 안의 핵심인 '최고세율 조정'과 관련해 "당내에서는 최고세율을 유지한채 공제액만 조정하자는 의견이 중론"이라며 "당내 이견이 있기 때문에 향후 구체적인 논의를 통해 상속세 완화의 방향을 잡아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당내에서는 상속세 완화의 취지에 동의하지만 당론으로 확정하는데는 조심스러운 분위기"라며 "감세라는 윤석열 정권의 '세 부담 완화' 방향에 부정적인 당내 목소리가 적지 않고, 공제 한도부터 구체적인 논의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상속세 완화'라는 큰 방향에는 모두 동의하지만 최고세율을 조정할지, 공제액을 얼마나 상향할지에 대한 각론에 들어가면 여야 및 야당 내부에서 치열한 논의가 펼쳐질 전망이다. 앞으로 국회가 어떻게 중지를 모아 상속세를 완화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