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대통령실이 2025년 광복절 80주년을 계기로 현재 광복회만 유일하게 지정되어 있는 독립 분야를 비롯해 사단법인 3곳 정도를 공법단체로 추가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광복회와 더불어민주당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인선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권을 놓고 광복회가 반발하면서, 급기야는 지난주 정부 주최 광복절 기념식에 유일한 독립 분야 공법단체인 광복회가 불참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문제는 광복회의 광복절 기념식 불참 이후 공법단체 추가 지정 검토 소식이 알려지면서, '편가르기' 논란이 일어난 것이다. 일종의 '타이밍' 문제다.
정치권 일각에서 주장하듯이 정치적 의도를 띈 편가르기냐, 아니면 관련 다른 단체들의 민원에 따른 정부 조치냐 여부가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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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찬 광복회장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열린 대일청구권 사회공헌 학술토론회 개회식에 참석해 최근 대한민국 독립과 건국을 둘러싼 갈등에 대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8.21 /사진=연합뉴스 |
이종찬 광복회장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열린 '대일 청구권 사회공헌' 학술토론회에서 "광복회가 왜 세워졌느냐"며 "박정희 대통령이 대일 청구권 자금을 국가발전을 위해 쓰면서 독립유공자에게 그 과실을 돌려주기 위해 광복회를 세운 것"이라고 밝혔다.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민주당은 국회 정무위 차원에서 대응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22일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보훈부가 감사의 칼을 만지작거리는가 하면, 대통령실은 광복회에 대한 돈줄을 죄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며 "광복회가 윤석열 정부의 친일 행각을 질타하며 나선 데 대한 명백한 보복"이라고 강조했다.
'국가유공자 등 단체 설립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국가보훈부가 관할하는 공법단체는 17곳이고, 그 중 독립 분야 공법단체는 광복회가 유일하다. 광복회는 공법단체 자격으로 정부로부터 매년 30억원 안팎의 예산 지원을 받는다.
이 독립 분야에서 공법단체 추가 지정을 공개적으로 요구해온 곳은 대한민국순국선열유족회와 순직군경부모유족회, 한국광복군기념사업회 등이 꼽힌다.
특히 대한민국순국선열유족회는 1939년 상하이 임시정부 당시 결성된 후 1960년 보훈단체 1호로 허가된 단체다. 지난 수십년간 매년 보훈부에 공법단체 추가 지정 신청을 해왔지만 무산되어 왔다.
대통령실은 공법단체 추가 지정 자체가 법 개정 사안이라, 국회에서 논의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23일 기자들을 만나 "공법단체 추가와 관련해 '현재 결정된 바 없다'고 말씀 드렸는데, 추가적으로 설명드린다면 일부 기사에서도 보도됐지만 공법단체의 추가 요청은 항상 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에도 5.18 단체를 예로 들어서 설명해 드린 부분이 있는데, 저희가 찾아보니까 5.18 단체 같은 경우도 2008년에 요청했는데 2020년 법이 통과돼서 10년 이상 걸렸다"고 전했다.
이어 "그래서 이 내용은 법 개정 사항이기 때문에 대통령실에서 주도하는 사안이 아니고, 국회에서 논의할 사안이라고 봐주면 될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국가보훈부 또한 "공법단체 예산 총액이 정해져 있지 않아 단체가 추가 지정되더라도 광복회 예산이 삭감되거나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게 공식 입장이라, 추가 지정에 대한 광복회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맥락으로 읽힌다.
국가보훈부 관계자는 23일 본보 취재에 공법단체 추가 지정과 관련해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으로, 기본적으로 국회에서 법 개정이 필요한 것"이라며 "원래 이 추가 지정에 대한 민원은 게속 있어와서 새로운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공법단체 예산 총액이 정해진 구조가 아니라, 추가 지정되더라도 기존 단체 예산이 삭감되거나 바뀔만한 구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안은 앞으로 국가보훈부에서 어떤 결론을 내려 국회로 넘길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정부가 독립 분야 추가 지정을 요구하는 유공자단체들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고 결정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