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검찰이 고령자를 대상으로 처음 성년후견심판을 청구했다.

24일 서울중앙지검은 치매를 앓는 A(84)씨와 정신장애 질환자인 아들 B(55)씨에 대해 이달 18일 서울가정법원에 성년후견개시 심판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2013년 7월 성년후견제도 도입 이후 고령자를 대상으로 검찰이 성년후견심판을 청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에는 올해 3월 춘천지검에서 성폭력 사건 수사 중 20대 지적장애인 피해여성에 대해 청구한 사례가 있었다.

성년후견제도는 질병이나 장애, 노령 등으로 의사결정이나 사무처리가 어려운 성인이 가정법원의 결정으로 후견인을 선임해 재산 관리나 일상생활에서 보호를 받는 제도다.

기존 민법상 성년자를 위한 금치산·한정치산제도가 있었으나 중증 정신질환자에 한해 친족들이 재산만 대신 관리하도록 해 노인, 장애인 등의 권익 보호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에 따라 성년후견제도가 시작됐다.

민법 9조에는 성년후견 심판 청구권자로 본인,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과 함께 검사와 지방자치단체장 등을 포함하고 있다. 다른 청구권자가 없거나 있더라도 사실상 청구할 수 없을 때 피후견 심판인의 이익을 위해 '공익의 대표자'로서 검사에게도 권한을 줬다.

A·B씨의 경우 30억대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청구권자에 해당하는 A씨의 딸이 재산을 부적절하게 처분한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사가 성년후견심판을 청구했다.

검찰은 올해 6월 "A씨의 딸이 내연남과 함께 두 사람을 요양원에 유기하고 재산을 빼돌렸으니 성년후견청구를 요청한다"는 이웃 주민들의 진정서를 받고 금융거래 내역 확인, 관계자 면담 등을 거쳐 성년후견개시의 필요성을 확인했다.

A씨의 딸은 최근 A씨 등이 보유한 상가건물 등을 매각하고 통장을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따뜻한 법치를 실현하고자 국민의 진정과 민원에 귀를 기울여 인권 옹호와 사회적 약자보호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