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기자] "설, 한식, 단오, 추석 중에서 전 국민이 향유하는 명절은 설과 추석이죠. 설이 풍년과 건강을 기원하는 날이라면 추석은 가을에 얻은 수확물에 대해 감사하는 날입니다. 현대에 들어서 설은 양력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추석은 항상 음력이었어요. 4대 명절 중에 변형 없이 가장 잘 유지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민속학을 전공한 이관호 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과장은 "날짜와 민속의 측면에서 가장 잘 지켜낸 명절이 추석"이라고 평가했다.

이 과장은 한국의 24절기와 명절은 농경시대의 산물이라면서 "눈이나 비가 올 때를 빼면 일년 내내 일만 해야 했던 시골에서 명절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시기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북 안동처럼 유생들이 많았던 남부 일부 지방에서는 전통적으로 중추절보다 음력 9월 9일인 중양절을 더 중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다 추석이 국가적인 명절이 되면서 오늘날에는 대부분 추석을 쇤다고 덧붙였다.

이 과장으로부터 추석의 어원과 유래부터 사라진 민속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추석의 어원과 유래

추석(秋夕)은 달이 뜬 가을밤을 의미한다. 유교 경전인 '예기'(禮記)에는 '봄은 새벽달이 좋고, 가을은 저녁달이 좋다'(春朝月 秋夕月)는 글귀가 있다. 추석을 일컫는 중추절(仲秋節)은 입추와 입동 중간에 있는 날, 가을의 한가운데에 해당되는 날을 뜻한다.

삼국사기에는 한가위를 지칭하는 '가배'(嘉俳)라는 말이 나온다.

신라 3대 임금인 유리왕이 도성 안에 있는 여자들을 반으로 나눠 7월 보름날부터 길쌈을 하도록 시켰다고 한다. 이렇게 한 달을 계속한 뒤 8월 보름날인 한가위에 승부를 가려 진 편이 음식과 술을 마련해 이긴 편에 대접하도록 했다는 내용이 있다.

또 이익의 성호사설(星湖僿說)에는 "신라 수로왕 능묘에 정월 3일과 7일, 5월 5일, 8월 5일과 15일에 많고 깨끗한 제물을 올려 제사를 지냈는데 그것이 훗날 설과 단오, 추석의 기원이 됐다"고 기록돼 있다.

햇곡식으로 준비하는 추석 음식

추석을 대표하는 음식은 역시 송편이다. 송편은 일찍 여무는 벼인 올벼로 만들었으며 고려시대부터 일반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민간에는 송편을 잘 빚어야 예쁘고 잘생긴 배우자를 얻는다는 속설이 있었으며, 임신부가 솔잎이나 바늘을 넣은 송편을 먹었을 때 뾰족한 쪽이 나오면 뱃속의 아기가 아들이라는 이야기도 전한다.

토란도 추석 밥상에 자주 올라오는 음식이었다. 정약용의 둘째아들인 정학유가 쓴 가사인 농가월령가에는 "올벼 송편, 박나물, 토란국을 선산에 제물하고 이웃집 나눠 먹세"라는 구절이 있다.

또 추석에는 햅쌀로 주조한 술인 신도주, 누런빛이 감도는 닭인 황계, 가을에 나는 각종 햇과일을 즐겨 먹었다.

사라지는 추석 민속…올게심니와 반보기

올게심니는 농가에서 차례와 함께 빠지지 않던 추석 민속으로 농사가 가장 잘된 곡식을 골라 묶은 뒤 기둥이나 방문에 걸어놓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다음해에 풍년이 들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행위였다.

전라도 지방에서는 햇곡식으로 술과 떡을 만들어 시부모에게 올리고 친정 부모에게 가져다 드리는 풍습도 있었다.

또 며느리와 친정어머니가 각자의 집에서 중간쯤 위치한 곳에서 만나는 '반보기'도 행해졌다. '중로상봉'(中路相逢)이라고도 하는 반보기를 통해 며느리는 친정 소식을 듣고 어머니가 마련해 준 음식을 먹었다.

중부 지방에서는 둥근 멍석을 쓴 사람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음식을 받아 마을의 가난한 집에 전달하는 소놀이, 거북놀이를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