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비주류, 혁신·통합고리로 '전투체제' 돌입

[미디어펜=이상일기자]잠시 주춤하는 듯 했던 새정치민주연합내 비주류가 1일 혁신위의 활동을 정면비판하고 '진짜 혁신'을 내세워 주류진영에 사실상 선전포고를 했다.

특히 비주류는 지금의 지도체제로는 천정배 의원 등 신당파를 통합할 수 없다면서 문재인 대표 체제를 정조준, 당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움직이기 시작한 비주류…'혁신·통합' 내세워 반격 = 비주류의 본격적인 '반격'을 알린 것은 김한길 전 대표가 이날 발표한 성명이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22일 해외 국감에서 귀국한 후 20여명의 비주류 인사들을 만나는 등 '사전작업'을 거치고서, 이날 성명을 통해 '진짜 혁신'과 '야권 통합'에 적극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당 안팎에서는 조용히 상황을 주시하던 김 전 대표가 입을 뗀 것을 두고 비주류들이 당내 주도권 싸움에 뛰어드는 신호탄으로 분석하고 있다.

물론 안철수 전 대표가 '부정부패 척결' 등을 주제로 '정풍운동' 깃발을 들긴 했지만 그 밖의 비주류는 이렇다할 목소리를 내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날 김 전 대표가 '진짜혁신'을 들고 나온 것을 계기로 비주류 의원들이 차례로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서 "많은 분들이 비슷한 생각을 갖고, 행동에 나설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비주류의 한 인사는 "조직적 체계의 전투선언을 한 셈"이라며 "앞으로는 일관된 전략을 갖고 주류진영과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당파 끌어안기' 부각…文 지도체제 겨냥하나 = 당내 일각에서는 비주류가 결국 문 대표 지도체제를 정면으로 겨냥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 전 대표가 성명서 도입부에 "(만나본 여러 분들이) 이대로가면 총선을 제대로 치르기 어렵겠다고 걱정했다"고 표현한 것도 지금 지도체제를 계속 끌고 가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비주류는 천 의원을 포함한 신당파를 끌어안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는 지금의 지도체제에서는 어려운 일이라고 공세를 펴고 있다.

탈당한 박준영 전 전남지사는 이날 충청권에 기반을 둔 류근찬 전 의원 등과 오찬을 함께 하는 등 신당파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상황에서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통합이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김 전 대표는 혁신위가 당에 '탈당자 복당 불허'를 요구한 것을 두고 '뺄셈의 정치'라고 비난하면서 "굉장히 놀랐다. (주류진영은) '우리끼리 가자'고 할 수도 있지만, 많은 사람이 그건 안된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신당'과 우리당의 관계는 (지금 새정치연합과 '천정배 신당'보다) 훨씬 험악했다. 그럼에도 통합을 했다"면서 이번에도 통합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이런 가운데 전날 김 전 대표와 회동한 것으로 알려진 안철수 전 대표가 이날 국회 의원회관 엘리베이터에서 천 의원과 우연히 마주쳐 눈길을 끌었다.

이 자리에서 천 의원은 안 전 대표의 상임위가 보건복지위라는 점을 언급하며 "보건복지 전문가이시죠?"라고 묻자 안 전 대표는 "돌팔이죠"라며 농담을 주고받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당내에서는 비주류가 천 의원이나 정동영 전 의원 등까지 포함하는 야권대통합을 구상하고 '통합 전당대회'까지 대비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왔다.

비주류 진영에서는 문 대표 체제로는 총선을 치르기 어렵다는 인식아래 조기전대, 통합전대, 비대위 체제 전환 등의 주장이 흘러나온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혁신안 중앙위 통과나 재신임 투표 등 주요 고비마다 비주류가 '모래알' 같은 모습을 노출했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큰 힘을 보여주지 못하리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