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우리나라 은행산업의 생산성이 기업 부실채권 때문에 20년 전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을 선별하고 필요한 자본을 효율적으로 공급해 주는 은행의 핵심 능력이 약해졌음을 의미한다.
김세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와 홍승기 미국 컬럼비아대 대학원생(박사과정)은 2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발간한 '경제분석'에 본인들이 고안한 '은행 생산성 지표'를 이용해 국내 은행의 부가가치와 생산성을 분석한 결과를 담은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2013년 현재 국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을 합한 은행 생산성 지표는 1.70으로, 22년 전인 1991년(1.73)보다 낮았다.
국내 은행 생산성은 1991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엔 마이너스 0.79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후 꾸준한 상승세로 돌아서 2007년 2.74로 정점을 찍었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여파로 다시 하락세로 반전해 22년 전보다 낮은 수준으로 뒷걸음질 쳤다.
<연도별 은행 생산성 지표 추이>
조사대상 기간인 1991∼2013년 중 국내은행의 생산성 지표 평균은 1.55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 은행산업 평균의 63%에 불과한 수준이다.
조사대상 기간에 절반 이상의 기간은 생산성 지표가 1.7 이하에 머물렀다.
1992년부터 2013년까지 은행 생산성 지표의 평균도 1.54에 그쳐 1991년의 1.73보다 낮았다.
주요 개별은행의 생산성 지표는 2013년 기준으로 신한은행 1.99, 하나은행 1.83, 국민은행 1.57, 우리은행 1.23로 평가됐다.
또 2013년 은행산업의 부가가치는 국내총생산(GDP)의 1.6%에 그쳐 1990년대 초 수준(1.6∼2.1%)에도 미치지 못했다.
<연도별 GDP 대비 은행 부가가치 비율 추이>
연구진은 국내 은행의 생산성 급락을 유발한 가장 중요한 요인이 부실채권에 대한 비용처리라고 지적했다.
은행이 생산성에 따른 기업의 옥석을 제대로 가려내지 못해 일부 대출이 부실해지면서 덩달아 생산성이 떨어졌다는 얘기다.
연구진은 국내 은행들이 외환위기 이후 기업대출보다는 담보 중심의 가계대출 비중을 급격히 늘리면서 외형을 확장하는 데만 치우쳐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핵심 능력을 키울 시간을 허비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2000년대 중반에 은행산업의 생산성 지표가 상승한 것에 대해선 급격한 자산 증대와 신규 대출 증가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가계 및 기업 대출이 대규모 부실로 이어지거나 핀테크 분야 등의 기술혁신 경쟁에서 뒤처지면 은행들의 생산성이 더 떨어질 수도 있다며 선제적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