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내년부터 여객기 1등석처럼 좌석마다 칸막이와 모니터를 설치하고 우등버스보다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급형 고속버스'가 도입된다.

1992년 우등버스를 도입한 이후 24년만에 새로운 버스상품이 등장하는 셈이다. 고급형 고속버스는 내년 상반기 서울∼부산, 서울∼광주노선 등에 시범 운영된다.

국토교통부는 2일 '여객자동차 운송사업 운임·요율 등 조정요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운행거리가 200㎞ 이상인 장거리 구간이나 심야운행에 한정해 좌석을 21석 이하로 만든 '고급형 고속버스'를 운영할 수 있다.

일반버스 좌석은 45석, 우등버스는 28석이다.

고급형 고속버스는 우등버스보다 좌석 공간이 넓고 뒤로 거의 완전히 젖힐 수 있으며 좌석마다 칸막이를 설치해 프라이버시를 보호한다.

칸막이가 설치되면 여성들이 심야에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 비행기처럼 좌석마다 모니터를 설치해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즐길 수 있고 휴대전화 충전기 등 편의시설이 구비된다.

고급형 고속버스는 전국의 일반 고속버스 운영업체가 국토부와 협의해 운영할 수 있어서 한정면허 사업자들이 운영하는 공항리무진버스와 가격경쟁을 벌일 수 있다.

우등버스 요금은 일반 고속버스 대비 약 50% 정도 높고 고급형 고속버스는 우등버스 요금 대비 최대 30%까지 할증할 수 있다.

예컨대 일반버스 요금이 1만원이면 우등버스는 약 1만5천원, 고급버스는 최대 1만9천500원을 받을 수 있다.

국토부는 고속버스 사업자들이 더 많은 돈을 벌고자 기존 고속버스를 줄이고 고급버스를 투입할 수 없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기존 고속버스를 고급버스로 교체할 수 없고 추가로 투입하는 것만 허용토록 규정한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다양한 교통수요를 충족하는 차원에서 고급형 고속버스 도입을 추진하게 됐다"며 "기존 고속버스 이용자들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제한하면서 장거리·심야이동 승객의 선택폭을 넓히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급버스는 KTX·국내선 여객기보다 비용이 저렴하고, 한밤중에도 편하게 누워서 이동할 수 있고 버스터미널이 도심에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아울러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 사이 출발하는 심야 고속버스와 시외버스 운행을 늘리고자 운임 할증규정도 손본다.

그동안에는 심야 출발버스는 요금을 10%만 할증할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오후 10시∼다음날 새벽 2시 사이 출발은 10%, 새벽 2시부터 4시 사이 출발은 20%까지 할증할 수 있도록 개정한다.

현재 새벽 2시에서 4시 사이에 출발하는 고속버스는 전국에 4대밖에 없고 시외버스는 21대가 있다.

심야버스를 운행하면 비용은 1.7배가 투입되는 반면 손님은 더 적기 때문에 버스사업자들이 아예 운행을 하지 않는 것이다.

국토부는 새벽 시간대 요금을 조금 더 내더라도 운행 횟수를 늘려달라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했다.

국토부는 일반 시외버스도 우등형을 운영하기로 하고 버스업자들과 연내 도입을 협의하고 있다. 우등형 시외버스 요금은 일반보다 최대 30%를 더 받는다.

한편 국토부가 비즈니스 수요 등을 고려해 도입한 고급택시는 이달 중 서울시내에서 시범운행을 시작한다.

고급택시는 벤츠 등 2천800㏄ 이상 리무진급 승용차로 택시임을 나타내는 노란색 번호판을 제외하면 일반 승용차와 외관이 똑같고, 예약콜제로만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