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특사단 방한했지만…'尹 무기지원' 딜레마
2024-11-27 20:06:18 | 김규태 차장 | suslater53@gmail.com
트럼프 당선자, 조기종식 뜻 수차례 밝혔고 러시아 외교차관은 한국에 경고
윤대통령 "실효적 대응방안 강구"…대통령실 "미국과 긴밀 소통하면서 공조"
北참전 따른 '단계적 대응'에서 아무런 입장 표명 않는 '신중론'으로 바뀔듯
윤대통령 "실효적 대응방안 강구"…대통령실 "미국과 긴밀 소통하면서 공조"
北참전 따른 '단계적 대응'에서 아무런 입장 표명 않는 '신중론'으로 바뀔듯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27일 윤석열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파견한 특사단을 접견하고 양국 간 협력을 논의했지만, '무기 지원'에 대한 뚜렷한 입장은 밝히지 않아 향후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주목된다.
우선 윤 대통령은 이날 루스템 우메로프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을 단장으로 한 특사단 일행을 만나 "북한의 러시아 파병 등 러-북 군사협력으로 인한 안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한국과 우크라이나가 실효적인 대응 방안을 강구해 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양측은 앞으로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러-북 간 무기, 기술 이전에 대한 정보 공유를 지속하면서 우방국들과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대통령실은 이날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와 트럼프 당선인 측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해 원팀(one team)으로 대응하고 있는 만큼, 미국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공조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우메로프 특사는 이날 우크라이나 전황과 북한 파병군 동향에 대해 설명하면서 "우크라이나가 전례 없는 위기에 대응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국들과의 안보협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앞으로 한국과의 제반 협력을 강화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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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5주년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와 함께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 만찬 리셉션에 참석해, 발코니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와 인사하고 있다. 2024.07.11 [공동취재] /사진=대통령실 제공 |
문제는 이제부터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전 대통령)가 지난 5일 새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한국 정부가 당초 언급한 '방어용 무기 지원'에 대한 딜레마에 빠졌기 때문이다.
우선 이번 접견 결과와 관련해 대통령실이 한국측의 '무기 지원'에 대해 일절 밝히지 않으면서, 트럼프 미 신행정부 출범 시기까지 일단 시간을 벌려는 의도가 읽힌다.
실제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운동 때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조기에 종식하겠다고 밝혀왔다.
트럼프 당선인이 신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한 마이클 왈츠 공화당 하원의원 또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무기 지원에 대해 '신중론'을 피력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트럼프 후보의 당선 전인 지난달 24일 "살상 무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었는데 더 유연하게 북한군의 활동 여하에 따라 검토해 나갈 수 있다"며 '단계적 대응'이라는 여지를 열어두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30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무기 지원이 논의되어도 1차적으로 방어 무기를 이야기하는 게 상식적"이라며 "우리 안보를 지켜야한다는 관점에서 문제를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계적으로 가장 먼저 방어 무기를 거론한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미국,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도 이 문제를 앞으로 더 잘 들여다보고 신경 써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트럼프 후보의 당선 후 '단계적 대응'에서 '신중론'으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나토와 미국 정부가 (무기 지원을) 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특사단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봐야 (무기 지원 여부를) 알 수 있다"며 "한미동맹 간 필요한 무기체계를 주고받을 수 있지만, 우크라이나를 상정해 결정된 바 없고 구체적으로 토의를 시작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도 우방국들과 함께 심각하게 들여다보고 정보를 공유하며 판단을 내리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나토 등 서방국가에서 우크라이나에게 지원하는 무기 양상은 '장거리 미사일'이 최우선 꼽힌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산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20일 영국의 공대지 순항 미사일 스톰섀도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했다. 23일 장 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에 프랑스산 장거리 미사일(스칼프·SCALP)을 발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다연장로켓발사시스템인 미국의 '하이마스'(HIMARS)와 영국의 'M270', 미국의 야전포인 'M777' 곡사포(GPS 유도 탄약) 등이 지원됐다.
전투기의 경우, 나토 각국 공군에서 퇴역 예정인 F-16 파이팅 팰컨을 지난 7월말부터 지원 받아왔다. 방공시스템으로는 영국의 단거리 휴대용 대공미사일 '스타스트릭'과 미국의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 '패트리어트', 노르웨이의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 '나삼스', 독일의 공대공 미사일 '아이리스-T'를 지원 받았다.
대전차 무기로는 미국의 '재블린', 영국의 'NALW' 대전차미사일을 공급 받았다. 전차로는 영국의 '챌린저2', 독일산 레오파르트 1과 2 전차, 미국의 'M1 에이브럼스' 전차를 지원 받았다.
다만, 현 전황에서 러시아가 한국측에 직접 경고하는 것도 윤 대통령에게는 부담이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교부 차관은 지난 24일(현지시간) "한국산 무기가 러시아인 살상에 사용되면 양국 관계가 완전히 파탄날 수 있다는 점을 한국이 깨달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내년 1월 20일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다. 그 전까지 '딜레마'에 빠진 윤 대통령이 무기 지원에 대해 결단할 가능성이 희박해진 가운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조기 종식' 기조를 무시하긴 힘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