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용 송환 앞두고 검·경 '초긴장'

[미디어펜=이상일기자]희대의 사기범 조희팔 최측근인 강태용(54)이 중국에서 검거돼 국내 송환이 임박하자 조희팔의 돈을 받은 비리 연루자가 더 나올 가능성에 검찰과 경찰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13일 대구지방경찰청과 대구지검 등에 따르면 조희팔 사기 사건이 발생한 뒤 그를 비호하거나 뒷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거나 수사 대상에 오른 전직 경찰관만 5명에 이른다.

대구지검은 대구경찰청 강력계장으로 근무하던 2008년 10월 조씨에게서 9억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과 사기)로 권모(51) 전 총경을 지난 2일 구속 기소했다. 권 전 총경이 돈을 받은 것은 조씨가 중국으로 도주하기 한 달여 전으로 경찰이 조씨를 본격 수사하던 때다.

검찰은 조씨가 수사 정보를 제공받고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돈을 준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달 16일에는 2008년 대구경찰청 광역수사대 근무 당시 권 전 총경이 받아 챙긴 돈 가운데 1억원을 받은 혐의로 전직 경위급 경찰관 김모(49)씨도 구속했다.

앞서 검찰은 2013년에는 조씨의 자금을 관리한 혐의(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대구경찰청 소속 임모(47) 전 경사와 성서경찰서 소속 정모(40) 전 경사를 기소했다.

임씨는 2008년 8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강태용의 부탁을 받고 유사수신 사기 사건의 범죄 수익금 6억원을 받은 뒤 한 상장기업 주식을 사들여 범죄수익을 숨긴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았다.

정씨는 2009년 중국 옌타이로 건너가 조씨측에서 골프 접대와 수십만원 상당의 향응을 받은 혐의가 인정돼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50만원 등을 선고받았다.

조희팔 사건에 연루돼 수배 중이던 경찰관을 검거하고도 쉬쉬한 사례도 있었다. 경찰은 강태용에게서 차명계좌로 5천6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는 안모(46) 전 경사를 수배 2년9개월여 만인 8월 20일 검거해 비공개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처럼 조씨의 4조원대 유사수신 사기 사건 뒤에 숨겨진 '경찰의 치부'가 드러난 사례가 끊이지 않았다.

그동안 검찰 수사로 경찰 내부 연루자가 속속 드러난 데다 조만간 강태용이 송환되면 검찰이 뇌물 공여 등 로비 부분도 집중 수사할 예정이어서 경찰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이다.

대구경찰청은 '철저한 수사로 환부 도려내기'만이 정답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송민헌 대구경찰청 제2부장은 "조희팔 사건으로 서민 피해가 컸고 비호 행위도 악질적이었던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자체 수사할 부분이 있으면 철저하게 하고 강태용 신병을 확보한 검찰에서 요청하면 적극 협조한다는 방침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조희팔 사건 발생 당시 수사 라인에 있던 인물들을 다시 한 번 스크린해볼 필요성은 있지만, 검찰이 수사하는 상황이어서 일단은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 주변도 긴장감이 흐르기는 마찬가지다.

김광준 전 서울고검 부장검사가 고교 동문인 강태용에게서 2억 7천만원을 받았다가 2012년 구속됐고, 대구지검 서부지청 오모 (54·구속) 전 서기관은 수사 무마 부탁과 함께 조희팔 돈 15억8천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1월 구속 기소됐다.

조희팔 2인자로 대외 로비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진 강태용이 평소 "신경 써주는 사람이 있다"며 검·경 인맥을 자랑했다는 점에서 그의 '입'을 주목하고 있다.

조희팔 사기 피해자들은 "사건 초기부터 수사가 흐지부지했던 것이 다 이유가 있었다"며 이번에는 철저한 수사로 '비호세력'의 실체를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