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전업주부의 어린이집 위탁을 제한하기 위한 ‘맞춤형 보육’이 어린이집의 차별을 유도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보건복지부와 국회예산정책처는 내년부터 전업주부 0~2세 아동의 어린이집 무상이용 시간을 7시간 안팎으로 줄이는 ‘맞춤형 보육’을 도입한다고 22일 밝혔다.

   
▲ 보건복지부가 내년부터 ‘맞춤형 보육’을 도입한다고 밝히자 국회예산정책처는 어린이집이 지원금 때문에 맞춤반을 선택한 아동을 꺼리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자료사진=연합뉴스

맞춤형 보육은 장시간 무상 보육을 원하면 종일반(12시간)과 시간연장보육(야간, 휴일보육)을 고르고, 그렇지 않으면 맞춤반(하루 6~8시간)을 이용하도록 제한하는 제도다. 규정시간을 넘기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0~2세 자녀를 둔 전업주부가 되도록 아동을 가정에서 키우도록 유도하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다만 부모가 병원·학교를 방문하는 등 아동을 볼 수 없어 특별히 어린이집을 이용해야 하는 경우 월 15시간의 긴급 보육바우처를 사용할 수 있다.

복지부는 부모취업·구직·직업훈련·장애·질병 등의 사유가 있는 가구와 다자녀 가구, 저소득층 가구 등에 우선적으로 종일반을 배정한다.

이처럼 맞춤형 보육체계로 수정되면서 맞춤반의 보육단가는 종일반의 80%로 정해졌다. 이에 따라 어린이집이 받는 정부의 지원금이 사실상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러한 이유로 어린이집이 맞춤반을 선택한 아동을 꺼릴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으며 맞춤반 아동을 종일반 아동으로 허위 등록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해당 보육체계의 도입으로) 민간 어린이집 등은 국공립 어린이집보다 더 손해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민간 어린이집이나 가정 어린이집은 국공립·사회복지법인·법인·단체 어린이집 등과 달리 보육교사 인건비를 지원받지 않는 대신 0~2세 아동이나 장애아동을 보육할 때 '기본보육료'를 추가로 지원받는다.

그러나 복지부는 이런 차이를 반영하지 않고 맞춤반의 보육료를 같은 비율(종일반의 80%)로 책정했다. 보육료 단가가 높은 민간 어린이집이나 가정 어린이집이 맞춤반을 운영하면 국공립 어린이집이나 직장 어린이집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들게 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맞춤형 보육제도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