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비급여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 적용하는 방식의 4세대 실손보험도 손해율 관리에 실패하면서 비중증·비급여 보장을 제한하고 중증에 집중하는 5세대 실손보험이 내년 등장을 앞두고 있다.

5세대 실손보험은 일반 환자와 중증 환자를 구분해 본인부담률을 달리한다. 특히 과잉 우려가 큰 비급여를 ‘관리급여’로 지정하고 본인부담률을 95%까지 올리기로 하는 등 혜택을 줄이면서 비급여를 악용하는 일부 비양심적 의료기관과 환자로 인해 대다수의 선량한 가입자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며 소비자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는 지난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8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열고 비급여 적정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 방안 등이 포함된 의료개혁 2차 실행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중증·응급·희귀질환 환자에게 필요한 신의료기술 등은 건강보험 급여로 전환하고 일부 남용 우려가 큰 비급여는 ‘관리급여’로 지정해 환자의 본인부담률을 95%로 상향하기로 했다.

관리급여 대상은 의료계와 수요자, 전문가 등이 참여해 진료비 증가율, 병원별 가격 편차, 환자 안전 우려, 치료 필수성, 오남용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하며 일정 기간이 지나면 평가를 통해 지속 여부를 결정한다.

비중증·외래 진료를 중심으로 본인부담률도 지금보다 높인다. 중증·입원 환자 중심으로 보장하자는 취지다.

현재 실손보험은 급여항목에 대해선 건보에서 보장되는 금액을 제외한 환자 본인부담금, 본인부담 100%인 비급여항목에 대해선 진료비 전체에 대해 일정 부분 자기부담률을 적용해 나머지를 보상해주고 있다.

이 가운데 급여항목의 경우 실손 본인부담률이 4세대 기준 20%인데 앞으로 외래의 경우 이를 건보 본인부담률과 연동한다.

가령 비응급환자가 권역응급의료센터 외래 이용 시엔 건보 본인부담률이 90%여서 평균 22만원 정도를 부담해야 하는데 실손 가입자라면 이 중 20%인 4만4000원만 내는 셈이었다. 그러나 앞으론 22만원 중 90%인 19만8000원이 환자 몫이 된다.

또 만약 도수치료가 관리급여로 편입되고 가격이 10만원으로 결정된다고 치면 진료 당시 환자가 95%인 9만5000원을 내고, 실손을 청구한 후에도 이 중 5% 정도만 돌려받기 때문에 결국 9만원가량을 환자가 내게 된다.

실손보험은 1세대(구 실손), 2세대(표준화 실손), 3세대(신 실손)를 거쳐 2021년 7월 4세대까지 나왔으나 기존 1~3세대 실손 가입자들을 4세대로 갈아타게 할만한 유인책이 마땅치 않아 실패로 돌아가면서 5세대까지 나오게 됐다.

이처럼 실손보험은 높은 손해율을 이유로 여러 차례 개편돼왔는데 그때마다 보장한도를 축소하고 본인부담금을 확대하는 등 소비자에 불리한 내용이 포함됐다.

실손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급여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의료비 등의 비용을 보장하는 민영의료보험 상품으로 공보험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이제 실손보험이 공보험화되고 있어 굳이 들어야하는지 모르겠다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민간 보험사의 사보험을 정부가 나서서 개편하는데 대해 초기에 가입자 유치를 위해 잘못된 상품설계에 따른 적자의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보험사 배만 불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보험업계 관게자는 “비급여 항목의 과잉진료를 억제하기 위해 실손보험 개편은 불가피한 일”이라며 “과잉진료로 인한 실손보험 손해율 악화가 계속되면 전체적인 의료비 증가로 건강보험의 부담이 커지고 선량한 소비자들의 피해도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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