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서율의 조각모음]'청년세대 신뢰' 상실한 국민연금, 어디로 가나
2025-03-28 11:42:28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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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서율 국민의힘 전 부대변인 |
국민연금 개혁을 두고 오랫동안 대립하던 여야가 이번에 합의한 연금개혁안은 내는 돈인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13%로,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 즉, 연금 가입 기간의 평균 소득 대비 받게 될 연금액의 비율을 40%에서 43%로 인상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한마디로 ‘(미래세대가) 더 내고, (기성세대가) 더 받자’는 합의이다. 연금 재정 고갈에 대한 불안감을 완전히 해소하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개혁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러한 합의가 이루어지기 전에 청년세대의 목소리를 충분히 경청하고, 반영하려는 노력을 할 생각과 의지도 찾아볼 수 없었기에 더욱 분통이 터졌다.
2023년 1월 국민연금 5차 재정추계 결과, 현행대로 유지될 경우 기금이 2056년에 완전히 소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었다. 이는 현재 청년세대가 납입한 연금을 미래에 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심각한 불안감을 증폭시켰고, 그 우려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여야 합의에서 국민연금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 불신, 특히 미래세대의 깊은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 합의가 도대체 누굴 위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대한민국은 이미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어 노인 인구 천만 명을 넘어선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 가능한 재정을 위해 인구구조 변화와 경제 상황 등과 연동해 연금액이나 수급 연령을 조정하는 안전장치인 자동조정장치의 도입, 기초연금 확대 등을 포함하는 구조개혁이 선행되지 않은 채, 소득대체율을 올린 것은 국민연금 기금 소진 시점을 고작 2055년에서 2064년으로 9년가량 늦췄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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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2025.3.20./사진=연합뉴스 |
이처럼 ‘구조개혁 없는 모수개혁’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미래세대에게 큰 부담을 떠넘기는 ‘눈 가리고 아웅하기’식의 무책임한 숫자 놀이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한 청년단체의 ‘폭탄돌리기식 국민연금 모수개혁안 강력 규탄’ 성명 발표를 시작으로 정치권이 구조개혁은 미뤄두고 책임감 없는 태도로 모수개혁에 합의해 놓고서 자축하는 모습에 분노한 청년세대는 무책임하게 미래세대에게 떠넘기는 방식이 아닌, 미래세대의 짐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국민연금 재정을 위한 종합적이고 진정성 있는 논의를 촉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합의하기 전까지만 해도 아무런 이야기가 없던 정치인들이 모수개혁을 담은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18년 만에 국회를 통과한 것에 대해 뒤늦게 ‘연금개악’ ‘거부권 행사’를 외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또한 매우 실망스러운 모습이라고 지적하고 싶다. 모수개혁에 대한 청년층의 여론을 살펴보다가 반응이 늦은 것은 30‧40세대 여야 의원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반대 표결한 여야의 30‧40의원들이 이제라도 국회 연금개혁 논의 과정에 청년세대 참여 보장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등 미래세대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채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국민연금 개혁을 두고 청년세대의 분노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점은 미래세대가 원하는 것은 청년 표심을 겨냥한 세대간 '갈라치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갈등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국회 내부에 단단한 소통채널을 구축하고, 책임 있는 구조개혁으로 국민연금 재정 고갈에 대한 깊은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이 미래세대와 대한민국 전체를 위한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송서율/국민의힘 전 부대변인
2025.1.-현재 국민의힘 경제활력민생특별위원회 위원, 2023.3-현재 정책연구단체 Team.Fe 대표, 2024.7.-9. 국민의힘 부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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