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은 정부·여당과 야당의 입장차만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임기 중 3년 연속 내년도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에 나선 박 대통령은 청년 일자리 창출과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 등을 강조, 중·고교 한국사교과서 국정화의 당위성을 설파하며 정치권의 협조를 당부했다.

연설내용을 두고 새누리당은 “진정성의 표현”이자 “간절한 호소”라고 평가하며 야당의 의사일정 협조를 적극 촉구한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자기중심적인 생각만 말씀한다”고 질타하며 국정교과서 추진 중단을 요구했다.

이장우 여당 대변인은 27일 대통령 시정연설 직후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은 첫 시정연설에서 매년 정기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며 국회와의 소통에 힘쓰겠다고 약속했다”며 “3년째인 이번 시정연설은 박 대통령이 평소 소신대로 원칙과 신뢰를 바탕으로 국민들과의 약속을 묵묵히 지켜나간다는 의미”라고 호평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이 국가 경제와 청년일자리 창출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지로 그대로 보여준다면서 ‘기본이 바로 선 대한민국’을 강조, 역사교육의 정상화의 필요성을 역설했으며 이를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제 할 일을 다 해달라는 국회에 대한 대통령의 간절한 호소”라고 평가한 뒤 “이제 국회가 답할 차례”라고 강조했다.

반면 야당의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어려운 경제 난국을 해쳐나갈 수 있는 확실한 비전 제시도 없었고, 대통령이 제시한 정책도 과연 청년실업 등 어려운 현안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혹평했다.

또한 누리과정, 전·월세 대책 등을 비판하며 수년 째 상임위에 계류중인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 요구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충분히 설명했다”며 그 처리를 재차 촉구한 것에 대해 “야당의 주장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역사교육 정상화’를 표방한 국정교과서 추진에 대해서도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대통령 말씀과는 달리 정상의 비정상화”라고 비난하면서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이언주 원내대변인도 이와 관련, “‘역사교육의 정상화라는 인식에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정상인지의 여부를 누가 결정한단 말인가. 대통령인가”라고 공세를 폈다.

또한 “대통령이야말로 역사교과서 문제를 정치문제로 변질시킨 장본인”이라며 ‘국정교과서 집필 과정에서 친일·독재 미화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박 대통령의 입장에 대해서도 “역사학계에서도 믿지 못할 말”이라며 “신뢰하기 어렵다”고 비난했다. 야당은 이같은 반발심리를 그대로 대통령 시정연설 현장에서 피켓시위와 침묵시위로 표출했다.

   
▲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27일 박근혜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에서 '국정교과서 반대', '민생우선'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연설 내내 침묵으로 일관했다./사진=YTN 뉴스 캡처

본회의장 야당 의석에서 ‘국정교과서 반대’ ‘민생우선’이 적힌 피켓이 올라오자 정의화 국회의장은 “예를 갖추고 품격있는 국회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만류했지만 끝내 시위는 강행됐다. 또 대통령 연설 도중 여당 의원들이 박수를 칠 때 야당 의원들은 대통령을 바라보기만 했다.

여당의 김용남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이를 “후진적 행태”이며 “매우 실망스럽다”면서 “국회의장의 수차례 반복된 만류에도 불구하고 야당의원들은 역사교과서 정상화에 반대하는 인쇄물 시위를 계속했다”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국회가 국민의 대표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도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라며 “(국정감사 피감기관 증인 등) 다른 사람들에게는 엄격한 예의를 요구하면서 왜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은 대통령에게는 예의를 갖추지 않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그는 야당의 시위가 역사교과서 문제를 지속적으로 정치 쟁점화해 당내 갈등과 분열을 감추고, 지지 세력의 결속을 도모하려는 행위라며 “대통령의 시정 연설도 정치투쟁의 기회로 삼는 야당의 행태는 심히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야당은 국정교과서에 역점을 두고 대통령의 연설을 ‘선전포고’로 규정, 비판을 이어갔다.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민생 살리기에 혼신을 다해야 할 대통령이 국정교과서를 밀어붙이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시정연설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며 “이날 연설은 국정교과서 추진의 대국민 선전포고다.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발상 자체가 반자유주의적이고 시대착오적”이라고 주장하며 “역사를 거스르는 발상을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야당은 여세를 몰아 이날 오후 6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당 지도부가 참여하는 국정교과서 반대 결의대회·문화제를 잇달아 열고 장외투쟁 행보를 보다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원유철 여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55조7000억원에 달하는 (교문위의) 교육부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참으로 한심스러운 행태가 아닐 수 없다”며 “야당은 이성을 되찾아야 한다. 음모론과 괴담이라는 신기루에서 벗어나 경제와 민생이라는 오아시스를 찾는데 전념해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