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적한 숙제와 난관, 소명의식 갖고 KBS 개혁의 리더 돼야

   
▲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공동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KBS 이사회가 차기 사장에 고대영씨를 선택했다. 이사회는 27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고대영씨를 사장으로 임명제청했다. 11월 중순쯤 국회 인사청문회가 있지만 치명적인 흠집이 드러나지 않는 이상 고대영씨는 조대현 사장에 이어 3년간 KBS를 이끌게 될 것이다.

지금껏 KBS언론노조와 좌파매체들이 “사상최악의 후보자”라며 약점이라고 들고 나온 것들이 노무현 대통령 서거 방송, 용산사태를 편파적으로 보도했다는 것이다. 거기에 기업으로부터 술, 골프 접대를 받았다는 것, 후배 머리를 잡고 흔들었다는 ‘폭행’ 의혹이다. 

폭행의 의미가 워낙 넓어서 머리채를 잡고 흔든 것도 폭행이라면 폭행이겠지만 현재 나온 것들이 ‘고대영 사장’ 불가 사유는 결코 될 수 없다. KBS언론노조가 검증단을 꾸려 어떻게든 약점을 캐겠다고 나섰지만, 언론노조 세력이 비웃듯 2009년부터 꾸준히 사장에 도전해 삼수했다는 그에 대해 지금껏 나온 약점이 이 정도인데 여기에 뭘 더 얹을 수 있다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KBS 이사회가 다른 누구도 아닌 고대영 후보를 선택한 이유

KBS언론노조와 좌파매체들의 공격에 정신이 없겠지만 고대영 사장 후보자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게 있다. KBS 이사회가 여러 좋은 후보자들 가운데에서도 굳이 왜 본인을 선택했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물론 고 후보자의 전문성과 개인 자질을 높이 샀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보다도 이사들이 개인적 차원의 자질만을 따질 만큼 KBS 현실이 녹록치 않음을 고 후보자 본인은 더욱 잘 알 것이다.

오랫동안 지적돼 온 KBS 방만 경영은 너무나 유명하고, 실상 사내 게이트키핑보다 민주노총 산하 KBS 언론노조의 영향이 더 강하게 작용하는 비정상적인 KBS 제작보도시스템 개혁은 하루가 시급하다는 점도 잘 알 것이다. 몇 달 전 새로 임명된 KBS 이사들은 그런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다. 언론노조에 유화적이며 야당 이사들에 “누구 때문에 사장이 된 줄 아느냐”고 추궁을 당하는 현재 사장을 불안하게 지켜보면서 KBS의 공영성을 이끌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다.

그런 비정상적인 면모로 일그러진 KBS에 지금 가장 필요한 인물이 누군지 깊은 고민에서 나온 이사들의 선택이 바로 고 후보자인 것이다. KBS는 특히 그동안 굵직한 편파보도 사고만 해도 여러 번 있었다. 작년 문창극 총리후보자 교회 동영상 발췌보도는 검증보도를 빙자해 낙마를 노린 고도의 계산이 담긴 공작 뺨치는 왜곡보도였다. 6․25전쟁이 나자마자 이승만 정부는 해외로 도망갈 궁리에 바빴다는 내용으로 날짜까지 조작한 악의적 왜곡보도도 KBS가 주도했다.

광복70주년을 기념해 만든 특집다큐프로그램이라는 게 반대한민국적인 내용으로 점철됐다. 이승만, 박정희의 공과(功過) 중 ‘공’이 하나 보도되려면 온갖 난관 끝에 무산되거나 만신창이가 되는데 반대로 ‘과’는 터무니없이 부풀려지고 제대로 된 게이트키핑이나 데스킹은 꿈도 못 꾸는 지경이 된 게 바로 KBS다. 이렇게 망가질 대로 망가진 KBS의 구원투수로 선택받은 게 바로 고대영 사장 후보자라는 얘기다.

   
▲ 오랫동안 지적돼 온 KBS 방만 경영과 사내 게이트키핑보다 민주노총 산하 KBS 언론노조의 영향이 더 강하게 작용하는 비정상적인 KBS 제작보도시스템 개혁을 고대영 사장 후보자에게 기대해 본다./ 사진=연합뉴스
고대영 사장 후보자, 국민을 믿고 KBS 개혁에 온 몸을 던지라

최근 KBS 포항방송국에서 벌어진 다른 노조원들 간 칼부림 사건과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에 비유했다는 허위조작 사건이 드러나도 조사와 처벌을 하지 않는 무너진 내부 기강의 문제도 고 사장 후보자가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할 부분이다. 남들은 가혹한 잣대로 심판하길 좋아하고 자신들만이 정의이고 선이며 공정하다고 부르짖는 이념적 정파집단이 KBS를 투쟁의 장으로 만드는 행태도 고 사장 후보자가 개혁해내야 할 숙제다.

이들이 조직력과 선동력을 앞세워 정상적인 경영권과 인사권을 방해해 자신들의 기득권만 지키려는 잘못된 행태들도 개혁해내야 한다. 고대영 사장 후보자 앞에 놓은 산적한 숙제들 그 어떤 것도 쉬운 것이 없고, 집단적인 반발을 불러올 것들이다. 당연하게도 고 후보자는 KBS 사장에 임명제청된 것을 기뻐하기보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그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미리 의기소침할 필요는 없다. 고대영 사장 후보자가 외부세력의 간섭과 공격에 소심해져 움츠러들지 않고 뚝심 있게만 나간다면 우군은 많을 것이다. KBS 개혁을 바라는 시민사회도 있고, KBS의 비정상적인 적폐를 해소하길 누구보다 바라는 이사회가 고 후보자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KBS의 정상화를 바라는 언론의 지원도 받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많은 국민이 고대영 사장 후보자의 든든한 우군이 되어줄 것이다.

물론 고 후보자가 역할을 망각하고 개인의 영화나 자리 지키기에만 급급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다면 이들은 누구보다 앞장서 고 후보자를 비판할 것이다. 지금 고 후보자에 가장 필요한 건 용기와 믿음, 뚜렷한 목표의식이다. 공영방송 KBS에 대한 소명의식이다. KBS 사장 자리는 아무나 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특히 어렵고 힘든 시기에 리더가 된다는 것은 운과 실력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고 믿는다. 고대영 사장 후보자가 그런 믿음을 갖고 꿋꿋하게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