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탄핵 사유' 모두 인정하면서 야당 입법 횡포도 질타
2025-04-04 13:17:39 | 최인혁 기자 | inhyeok31@mediapen.com
헌법재판관 8인 ‘전원일치’로 윤 대통령 파면 선고…취임 1060일만
“尹 파면 따른 헌법수호 이익이 대통령 파면 따른 국가적 손실 압도”
尹측 비상계엄 당위성 부정하면서도 ‘거야의 입법 횡포’ 논란엔 경종
“尹 파면 따른 헌법수호 이익이 대통령 파면 따른 국가적 손실 압도”
尹측 비상계엄 당위성 부정하면서도 ‘거야의 입법 횡포’ 논란엔 경종
[미디어펜=최인혁 기자]헌법재판소(헌재)가 4일 국회로부터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접수한 지 111일 만에 재판관 전원일치로 윤 대통령에게 파면을 선고했다. 헌재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통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헌법수호 책무를 위반한 것이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 사안이라고 봤다. 이에 윤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사상 2번째 헌재에서 파면된 대통령이 됐다. 윤 대통령 취임 1060일 만이다.
헌재는 이날 오전 11시 22분 대심판정에서 재판관 8인 전원일치로 윤 대통령에게 파면을 선고했다. 윤 대통령의 법 위반 행위가 헌법 질서에 미친 부정적 영향이 중대하므로, 윤 대통령을 파면해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대통령이 파면될 경우 발생할 국가적 손실보다 압도적으로 크다고 인정됐기 때문이다.
헌재는 윤 대통령 파면 주문에 앞서 윤 대통령의 5대 탄핵소추 사유(△비상계엄 선포 △국회 장악 시도 △포고령 1호 △선관위 장악 시도 △주요인 체포 지시)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을 설명하고 이를 모두 인용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국무회의에서) 심의가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고 피청구인은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비상계엄 선포문에 부서하지 않았음에도 계엄을 선포했다. 그 시행 일시와 시행 지역 및 계엄사령관을 공고하지도 않았다. 지체 없이 국회에 통보하지도 않았으므로 헌법 및 계엄법이 정한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요건을 위반했다”면서 윤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절차를 위반한 ‘불법’이라고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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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인용 결정문을 낭독하고 있다. 2025.4.4./사진=사진공동취재단 |
이어 문 권한대행은 군경을 동원한 국회 장악 시도에 대해서는 “피청구인은 군경을 투입해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을 통제하는 한편 이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함으로써 국회의 권한 행사를 방해했다.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권을 부여한 헌법 조항을 위반했고,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 불체포 특권을 침해했다”면서 “또 각 정당 대표에 대한 위치 확인 시도에 관여해 정당 활동의 자유를 침해했고, 국군의 정치적 중립성 침해와 헌법에 따른 국군 통수 의무를 위반했다”며 윤 대통령의 ‘위법’사안을 나열했다.
또 문 권한대행은 포고령 1호에 대해 “포고령으로 국회,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을 금지해 국회에 계엄 해제 요구권을 부여한 헌법 조항, 정당 제도를 규정한 헌법 조항, 대의민주주의 권력 분립 원칙을 위반했다. 비상계엄 하에서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한 요건을 정한 헌법 및 개헌법 조항, 영장주의를 위반해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 단체 행동권, 직업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문 권한대행은 중앙선관위 압수수색에 대해서는 “(피청구인은) 국방부 장관에게 병력을 동원해 선관위의 전산 시스템을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중앙선관위 청사에 투입된 병력은 출입 통제를 하면서 당직자들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전산 시스템을 촬영했다. 이는 선관위에 대해 영장 없이 압수수색을 하도록 하여 영장주의를 위반한 것이자 선관위의 독립성을 침해한 것이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문 권한대행은 정치인, 법조인 등 주요 인사들에 대한 체포 지시 문제에 대해서도 “청구인은 필요시 체포할 목적으로 행해진 위치 확인 시도에 관여했는데, 그 대상에는 퇴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전 대법원장 및 전 대법관도 포함돼 있다. 이는 현직 법관들로 하여금 언제든지 행정부에 의한 체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압력을 받게 함으로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한 것이다”며 위법성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윤 대통령의 5대 탄핵소추 사유가 모두 ‘위법’이라고 인정하면서, 종합적으로 이를 판단할 경우 윤 대통령이 직을 파면할 만큼 중대한 법 위반을 한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문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은 군경을 투입시켜 국회의 헌법상 권한 행사를 방해해 국민주권주의 및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병력을 투입시켜 중앙선관위를 압수수색하도록 하는 등 헌법이 정한 통치 구조를 무시했다. (또) 포고령을 발령해 국민의 기본권을 광범위하게 침해했다”면서 윤 대통령이 헌법에 부여받은 대통령의 권한을 넘어선 권한을 행사해 대통령 권한 행사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는 등 직에서 파면돼야 할 만큼 중대하게 헌법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이날 윤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이 제기한 문제와 탄핵심판 과정에서 지적된 절차적 흠결에 대한 쟁점도 해소했다.
문 권한대행은 비상계엄 선포가 고도의 정치행위로 사법부의 판단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 “고위 공직자의 헌법 및 법률 위반으로부터 헌법 질서를 수호하고자 하는 탄핵 심판의 취지를 고려하면 이 사건 계엄 선포가 고도의 정치적 결단을 요하는 행위라 하더라도 그 헌법 및 법률 위반 여부를 심사할 수 있다”며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탄핵소추가 사법부의 심사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국회가 충분한 조사 없이 곧장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문제에 대해서도 헌법은 탄핵소추 절차를 입법의 영역에 맡기고 있고, 법사위의 조사 여부는 국회의 ‘재량’이라며 적법한 탄핵소추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일사부재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문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에 대한 1차 탄핵 소추안이 제418회 정기회 회기에 투표 불성립되었지만 이 사건 탄핵 소추안은 제419회 임시회 회기 중에 발의되었으므로 일사부재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핵심 쟁점으로 꼽혔던 내란죄 철회와 관련한 탄핵소추 사유의 동일성 문제 등에 대해서도 문 권한대행은 “기본적 사실관계는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적용 법조문을 철회 변경하는 것은 소추 사유의 철회 변경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특별한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허용된다”면서 “피청구인은 소추 사유에 내란죄 관련 부분이 없었다면 의결 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하였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가정적 주장에 불과하며 객관적으로 뒷받침할 만한 근거도 없다”고 판정했다.
한편 재판부는 윤 대통령 측이 ‘야권의 무차별적 탄핵에 따른 국정마비에 경종을 울릴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주장한 것에 당위성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거야의 ‘입법 횡포’논란에 대해서 만큼은 경종을 울렸다.
문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이 취임한 이래 야당이 주도하고 이례적으로 많은 탄핵소추로 여러 고위 공직자의 권한 행사가 탄핵 심판 중 정지됐다. 2025년도 예산안에 관해 헌정 사상 최초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증액 없이 감액에 대해서만 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면서 “국회는 소수 의견을 존중하고 정부와의 관계에서 관용 그리고 자제를 전제로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결론을 도출하도록 노력했어야 한다”며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정치가 실종된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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