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S 프리미엄·환율 안정 기대…불확실성 다소 걷힐 듯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했지만 대한민국 국가경제 전체 차원에서는 여전히 불확실성의 안개가 완연히 걷히지 않은 모습이다. 탄핵정국이 일단락 됐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겠으나 미국발 거대 리스크가 여전히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 4일 한 시민이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최종 선고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날 오전 11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선고문을 읽기 시작한 시점부터 나타난 주식시장의 혼란은 그 단면을 잘 보여준다. 간밤 미국 증시가 대폭락한 영향을 받아 전일 대비 1.7% 정도 조정을 받은 채로 개장한 코스피 지수는 11시가 되기까지 약 2시간동안 지수를 밀어 올리며 전일 대비 강보합권까지 회복에 성공했다.

심지어 문 권한대행의 낭독이 진행되는 동안 전일 대비 0.8% 상승까지 오르기도 했던 지수는 8:0 탄핵인용 결정이 나려는 시점부터는 일순 방향을 꺾어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했다. 

결국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종가보다 21.28포인트(-0.86%) 내린 2465.42로 이번 주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이날 하루에만 2430선에서 2500선까지 움직이며 변동성을 키웠다. 반면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57% 오른 687.39에 마감하며 코스피와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도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하는 주식시장이 오늘 오전부터 ‘불확실성 해소’ 재료를 보고 상승세로 거래를 시작했지만, 정작 탄핵결정 이후 대선 국면 등 새로운 불확실성이 시작되자 급격히 차익실현에 나서며 새로운 국면을 열려는 모습이 포착된 셈이다. 

원‧달러 환율 역시 1430원대로 내려와 있지만(원화 강세), 달러 가치가 하락한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므로 한국만의 변수로 보긴 아직 불확실한 면이 있다. 다만 정치적 불확실성 극단까지 치솟았을 당시의 환율인 1480원과는 충분한 거리를 확보했다. 원·달러 환율이 1430원대로 하락한 것은 지난 2월 26일(종가 기준) 이후 거의 한 달 만이다.

대선 국면으로 전환…추경 여부·규모는 변수

대선기간 동안 전개될 여야의 복잡다단한 정치적 난맥상은 미국 트럼프 정부의 일방적인 관세 압박에 대응하는 우리의 입장을 일치시키는 데 저해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운데 치명적인 수준으로 침체된 내수경기 또한 국가 리더십 부재로 인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가장 시급한 점은 현시점 대미 협상을 주도할 리더십이 부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아무리 대선 국면이더라도 대통령이 국정에 집중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 시점에선 차기 대권후보들이 저마다의 공약을 남발하면서 실제 상황을 개선시키는 데에는 기여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여론 역시 극단적으로 갈라져있는 형편이기에 당분간은 경제적으로 혹독한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긴장된 시선으로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내놓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FICC리서치부장은 “이번 탄핵 인용으로 탄핵 과정에서 불거졌던 이슈들은 대선국면으로 전환되고, 정치권이 대선에 집중하게 됨에 따라 빠르게 소멸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불확실성 해소와 함께 원화강세 전개 시엔 외국인 수급 개선이 가능하며, 이는 코스피 반등탄력을 강화시키면서 글로벌 증시대비 상대적 강세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헌재 탄핵 인용이 한국 금융시장에 미치는 가장 큰 영향은 한국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의 하향 안정화”라고 짚으면서 “향후 관전 포인트는 추경 규모인데, 기준은 추경 20조원 이상이면 한국 경기부양 모멘텀이 확대될 수 있으며 이 경우 한국 장기 금리는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정부는 산불 피해 대응, 소상공인 지원 등을 위해 최근 10조 필수 추경을 공식화했으나 예비비 증액, 지역화폐 등 정치적 이견이 여전히 커서 지지부진한 상태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탄핵의 인용은 대선의 시작을 의미하며 당장의 불확실성 증가는 불가피하다”고 전제하면서 “정권교체 가정 하에서 그 이후는 추경과 재정이 시장의 화두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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