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관세·윤 탄핵' 여파…금융권, 비상대응체계 풀가동
2025-04-07 11:10:20 | 류준현 기자 | jhryu@mediapen.com
당국, 5대 지주 및 금융협회 만나 실물부문 지원 요청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까지 겹치면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를 우려하는 시각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에 시장 안정 및 실물 부문에 대한 자금 지원을 특별히 강조했고, 금융지주 및 은행들은 지난주 금요일부터 긴급회의를 열어 비상대응체계 구축에 나섰다.
7일 금융위원회 및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이날 오전 김병환 금융위원장 주재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5대(KB·신한·하나·우리·NH농협) 금융지주 회장, 정책금융·유관기관장 및 금융협회장들과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가졌다.
![]() |
||
▲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5대 금융지주회장, 정책금융·유관기관장 및 금융협회장들과 개최한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금융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방향을 논의했다./사진=금융위원회 제공 |
김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3일)로 국내외 경제·산업과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다음 정부 출범까지 남은 2개월여 동안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럴 때일수록 금융이 그 본연의 기능을 보다 충실히 해 시장 안정을 유지하고 금융중개가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며 "금융지주회사와 정책금융기관들이 중심이 돼 금융시장 안정과 함께, 기업 등 실물 부문에 대한 자금 지원에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특히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로 인해 직접 영향을 받는 수출기업은 물론, 협력업체들의 경영이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된다"며 "현장에서 거래 기업들의 상황과 영향을 밀착 점검하고, 필요한 자금공급과 지원이 적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각별히 챙겨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금융당국도 시장 상황에 따라 유동성 공급 등 필요한 조치가 언제든 취해질 수 있도록 시장안정프로그램(약 100조원 규모)의 준비와 집행에 만전을 기하고, 기존에 발표했거나, 현재 추진 중인 정책들은 당초 계획과 일정대로 차질 없이 추진해 시장 신뢰를 확고히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통상전쟁에 대응하고 우리경제의 지속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50조원 규모의 첨단전략산업기금 조성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금감원도 겹악재에 따른 시장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해 연일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4일 오후 긴급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전 임직원이 비상대응체계 하에서 경계심을 갖고 필요 시 가용한 시장안정 조치를 시행할 수 있도록 대비해달라"고 밝혔다.
또 "대내외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국내 시장의 변동성이 언제든 확대될 수 있다"며 "외환, 주식, 채권, 금융시장 동향을 면밀히 살피면서 특히 관세충격이 큰 기업들의 장·단기 자금조달 상황 밀착 점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금융지주도 회장 주재 회의를 열고 시장을 집중 모니터링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KB금융그룹은 지난 4일 오후 양종희 회장 주재로 지주 임원 전원이 참석하는 긴급회의를 진행했다. 양 회장은 미국 상호관세와 국내 정치 변화 등에 따른 산업별 영향을 살펴보고, 계열사별 리스크 관리 체계 및 유동성 공급 현황 등을 점검했다.
신한금융그룹도 지난 6일 오후 진옥동 회장 주재로 그룹 위기관리위원회를 소집했다. 진 회장은 외환·자금시장 유동성 리스크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유동성 공급 등으로 시장 안정화 지원을 당부했다.
하나금융그룹은 그룹 위기상황관리협의회를 가졌다. 협의회에서 하나금융은 환율 동향을 점검하고, 위험가중자산(RWA) 증가에 따른 자본비율 관리, 유동성 비율 관리 등을 중점 논의했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 4일 오후 임종룡 회장 주재로 정례주간회의를 가졌다. 이와 함께 우리은행 리스크관리그룹장을 비롯 리스크관리위원들이 별도 긴급 위기대응협의회를 개최했다.
NH농협은행은 이날 오후 본사에서 강태영 행장 주재로 긴급현안점검회의를 열 예정이다.
하지만 시장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주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미국 증시는 급락했다. 지난 4일 미국 뉴욕증시는 2020년 3월 '팬데믹 쇼크' 이후 최대치로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표한 후 이틀 간 증발한 시가총액 규모는 약 6조 6000억달러(한화 약 9600조원)에 달한다.
미국발 악재는 국내 등 아시아 증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이날 전장 대비 106.17포인트(4.31%) 내린 2359.25로 출발해 4%대 낙폭 흐름을 보이고 있다. 장 중 한때 5% 넘게 내린 2327.61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에 9시 12분부터 17분까지는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매도 사이드카 발동 조치는 지난해 8월 5일 글로벌 증시가 급락한 '블랙먼데이' 이후 처음이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와 토픽스 지수도 오전 한때 각 6.3% 9.6% 급락했는데, 선물 매매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지난 4일 잠시나마 안정세를 보이던 원·달러 환율은 다시 급등하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장보다 27.9원 급등한 1462.0원에 개장했다. 원/엔 재정환율도 100엔당 1000원을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