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노조 총파업 유보 결정…9일부터 교섭 재개
다만 파업 가능성이 아직 남아있어…노조 “투쟁 태세 유지”
철강업계 “어려운 상황에서 무리한 요구 지양해야”
[미디어펜=박준모 기자]현대제철 노조가 8일 예고했던 총파업을 진행하지 않고 교섭을 재개하기로 했다. 다만 노조 측은 여전히 총파업을 포함한 투쟁계획을 계획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파업 가능성은 남아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철강업계 내에서는 노조의 행보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와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회사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파업보다는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현대제철 노조가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현대제철 노조 인천지회 홈페이지


◆현대제철, 노조 총파업은 피해

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노조는 8일 오전 7시부터 예정돼있던 총파업을 유보하기로 했다. 사측의 9일에 교섭을 재개하자는 요청에 대해 검토한 결과 총파업을 유보하고 교섭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제철 노사는 지난해 9월부터 임금 및 단체 협상에 들어갔지만 현재까지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조 측은 기본급 500%에 더해 1800만 원의 성과금을 원하고 있다. 1인당 4000만 원 수준이다. 

하지만 사측은 기본급 450%에 1000만 원(1인당 2650만 원)을 제안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현대제철 노조는 지난 1월부터 부분 파업을 진행해왔는데 지난달 13일 협상이 결렬되자 총파업에 나선다고 밝혔다. 

현대제철 노조 측은 지난 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측이 대내외 경영환경이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노사 교섭에 진정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총파업을 예고했다. 하지만 7일 오후 금속노조 철강분과위원회 투쟁본부 대표자회의에서 총파업을 유보하기로 하면서 일단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다만 여전히 노조의 파업 가능성은 사라지지 않았다. 노조 측은 투쟁 태세를 유지할 예정이며, 교섭 요청이 총파업을 교란임을 확인한다면 즉시 총파업을 포함한 투쟁계획을 논의할 방침이다. 

◆무리한 요구에 업계 내 비판 목소리 여전

업계 내에서는 노조가 총파업을 철회한 것에 대해 다행이라면서도 파업을 염두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경영환경은 물론 국내에서도 수요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데 노조 측에서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2일부터 미국에 들어오는 모든 철강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현대제철 역시 관세 영향을 피할 수 없고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면서 미국 수출에 비상등이 켜진 상태다. 

현대제철은 위기 상황에 진멱한 만큼 전 임원들의 급여를 20% 삭감하기로 결정했으며,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방안도 검토하면서 원가절감에 들어간 상황이다. 

미국에서는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에 8조5000억 원을 투입해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하기로 하면서 위기 극복에 들어갔다. 

그러나 노조 측에서는 “현대제철의 경우 미국 수출의 비중이 크지 않아 미국 관세 인상의 영향이 극히 미미하다”며 미국 관세 영향을 무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투자에 대해서도 노조원들의 생존권과 지속가능성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로 보고 있다. 

현대제철의 미국의 관세에 대응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에도 노조는 이를 비난하면서 철강업계 내에서도 노조 파업에 대해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파업으로 인해 다른 산업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노조가 신중하게 파업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제철에 생산되는 철강재는 자동차, 조선, 가전 등 다양한 산업현장에서 소재로 활용된다. 

파업으로 인해 수급이 불안정해지면 이들 산업까지 피해가 전해질 수 있다. 또 현대제철에서 철강재를 받아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형기업들도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철강업계는 현대제철 노조가 파업보다는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길 바라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노조 입장에서는 성과금이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지만 현재 철강업계는 물론 현대제철이 처한 현실을 보면 무리하게 요구만 하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총파업보다는 평화적인 방법을 통해 임단협을 빠르게 마무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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