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브랜드 "OEM과 관세 분담" 요청…생산기지 이전, 미국 내 생산 비중 확대 등 고려
[미디어펜=이다빈 기자] 미국이 베트남산 의류 제품에 최대 46%에 달하는 초고율 반덤핑 관세를 예고하면서, 동남아에 공장을 둔 국내 패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부 고객사들은 관세 부담을 OEM 업체와 나누자고 요구했고, 이에 OEM 업체들은 미국 내 생산 비중을 늘리거나 관세율이 낮은 국가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등 대응책을 검토 중이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로이터)


10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높은 상호관세가 부과된 베트남과 방글라데시 등에 생산시설을 둔 OEM 업체들의 관세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높은 관세로 가격이 인상되면 개별 브랜드 뿐만아니라 결국 의류 OEM 업체들도 실적에 타격을 입게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베트남에는 최대 46%에 달하는 높은 관세가 매겨졌다. 미·중 무역 갈등 장기화로 글로벌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옮기면서 베트남의 대미 수출이 급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로 인해 미국 무역수지 적자가 확대됐다고 보고 이번 관세 부과의 주요 근거로 삼았다.

한세실업의 경우 전체 생산량의 50% 이상을 베트남에서 담당하는 데다 전체 수출에서 미국 비중이 85%를 차지하는 등 주요 수출국 또한 미국이다. 

한국 업체 중 베트남에 최대 생산시설을 구축한 한세실업 베트남 법인은 총 3개의 생산 법인과 1개의 원단 가공 공장을 가동, 니트 의류를 생산 중이다. 베트남 법인은 지난 2001년 첫 생산법인 설립 이후 꾸준히 생산능력을 키우며 고객사로는 타겟, 월마트, 갭, 올드네이비 등을 두고 있다.

방글라데시에도 37%의 관세가 부과되면서 생산량의 70% 방글라데시에서 공급하는 영원무역도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영원무역은 방글라데시 '치타공'과 '다카' 지역에 생산 공장을 두고 아웃도어 의류, 스포츠웨어 등 고기능성 의류와 니트웨어, 스웨터 등 다양한 제품군을 만들고 있다. 영원무역 역시 미국 수출 비중이 35% 수준으로 높은 편이며 고객사로는 룰루레몬, 파타고니아 등을 두고 있다.

화승엔터프라이즈도 생산 물량의 60%가 베트남에서 나오고 있다. 자라, 망고 등 브랜드 의류를 생산하는 글로벌세아 그룹의 의류 수출기업 세아상역도 베트남 등에 공장을 두고 있다.

관세 폭탄을 맞게 된 OEM 고객사 개별 브랜드들은 관세 부담을 OEM 업체와 분담하자는 요청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의류 브랜드인 '갭'과 미국 백화점 브랜드 '제이씨페니' 등 해외 고객사들이 OEM 업체와의 관세 분담을 요청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관세는 브랜드 측이 전적으로 부담하는 구조가 일반적이지만 브랜드들은 관세로 인한 비용 상승분 일부를 외주 단가 인하 등의 방식으로 OEM에 전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OEM 업체들 입장에서도 이러한 브랜드의 요구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일부 고객사가 관세 부담을 견디지 못해 계약을 중단하는 등 수주 물량 감소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들 업체는 높은 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생산기지 이전을 검토하거나, 미국 내 현지 생산 비중 확대를 통해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세실업의 경우 관세가 10% 수준으로 책정된 엘살바도르나 과테말라 등 중미에도 공장을 두고 있어 이를 활용할 여지가 있다. 엘살바도르와 과테말라의 관세는 10% 수준으로 책정됐다. 이와 함께 지난해 9월 미국 텍솔로니 섬유공장을 인수해 미국산 물량을 늘릴 가능성도 있다.

세아상역은 지난해 미국 스포츠 의류기업 ‘테그라’를 인수했다. 베트남에 공장을 두고 있는 세아상역은 필요시 테그라의 니카라과, 과테말라 생산 기지의 생산 비중을 늘릴 수 있다.

국내 OEM 업체 한 관계자는 "새로운 지역에 신규 법인을 설립하고 생산 라인을 증설하는 등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에 민첩하게 대응하고자 한다"며 "트럼프 정부에서는 글로벌 바이어들이 더욱 경쟁력 있는 공급업체를 찾으려고 할 것이며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해 가격 경쟁력과 제품 역량을 갖춰 장기적으로 높은 경쟁력으로 변화된 시장 환경을 적극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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