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든 수입차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한국GM 철수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반복되는 철수설에 현장의 불안감은 점점 더 커지는 상황이다.

한국GM은 그동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기반으로 대미 수출에 주력해왔다. 자동차에 대한 관세가 0%로 유지됐기 때문에 국내에서 생산한 차량을 미국으로 수출하며 일정 수준의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전면적인 관세 부과 방침으로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한국GM이 주력으로 생산·수출하는 트레일블레이저, 트랙스 등 가성비 모델들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위기에 처했다. 수입차에 25% 관세가 부과되면 결국 현지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판매량 감소로 직결된다.

   
문제는 한국GM의 생산 구조가 대미 수출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GM은 부평과 창원 두 개의 공장을 운영 중인데 이곳에서 생산되는 차량의 84%가 북미 시장으로 향한다. 트레일블레이저, 트랙스 크로스오버 외에도 뷰익 앙코르 GX, 엔비스타 크로스오버 등 대부분이 미국 시장을 염두에 둔 라인업이다. 수출길이 막히면 곧바로 존폐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호사가들은 과거 군산공장처럼 구조조정이 단행되거나, 장기전이 될 경우 철수 가능성까지 거론한다. GM은 이미 호주, 유럽, 인도 시장에서 발을 뺐고 한국에서도 2018년 군산공장을 폐쇄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GM은 산업은행으로부터 8100억 원의 자금을 수혈받으며 2028년까지 10년 간 국내 사업을 유지하겠다는 조건으로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다. 산업은행이 보유한 지분 17.02%를 통해 주주감사권, 비토권, 이사 선임권 등 일정한 견제 장치는 마련됐지만, 2028년 이후 철수에 대해서는 법적인 제약이 없다.

창원공장을 중심으로 한 1~3차 협력업체는 1000곳이 넘으며, 이 중 다수가 경남과 부산 지역에 밀집해 있다. 수출이 줄면 지역 경제와 고용에 미칠 여파는 상상 이상이다. 자동차 산업 의존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철수설이 반복될 때마다 고용 불안감도 함께 증폭된다.

물론 GM 본사가 쉽게 철수 카드를 꺼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는 GM의 미국 내 전체 판매량에서 16%를 차지할 만큼 중요한 모델이기 때문이다. 한국GM 또한 철수설에 선을 긋고 있다. 

헥터 비자레알 한국GM 사장은 지난달 31일 열린 사내 설명회에서 "회사는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해 왔고, 한국 사업은 계속 운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방침 발표 직후 열린 이 설명회에서 그는 "부평과 창원 공장은 기존 계획대로 생산을 계속할 예정이며, 전략에 변동이 생길 경우 즉시 투명하게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복되는 철수설은 직원들과 협력사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국내 사업을 이어갈 의지가 있다면 말로만이 아니라 수출 다변화와 내수 확대 전략 등으로 불안감을 잠재워야 할 때다. 국내 생산기지의 역할을 다변화 및 강화하지 않는다면 같은 우려는 얼마든지 되풀이될 수 있다. 말보다는 행동을 보여줄 때가 왔다.

아울러 대선 이후 들어설 새 정부 역시 미국과의 무역 교역 등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와 함께 한국GM이 국내에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한국GM은 단순히 미국 기업이 아닌 수많은 협력업체와 연계돼 있는 자동차 업계의 심장과 같은 역할을 맡고 있다. 지방의 경제 및 산업과도 밀접한 만큼 한국GM의 행동력 뿐만 아니라 이를 뒷받침 해줄 정책적 지원 역시 필요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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