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통합과 보수 재건 위한 결정"
[미디어펜=김연지 기자]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대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오 시장은 보수 정치의 혁신과 국민 통합을 강조하며 자신은 서울시장으로서 시민의 일상을 챙기는 데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 시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백의종군으로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이 다시 보수에 신뢰를 보내려면 책임 있는 사람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국민이 진심으로 보수가 새롭게 태어났다고 체감할 수 있다면 미약하게나마 제 한 몸 기꺼이 비켜드리고 승리의 길을 열어드려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오만이 횡행해서 우리 정치가 비정상이 됐는데 평생 새로운 정치, 정치 개혁을 외쳐온 저마저도 같은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불출마 선언의 이유를 밝혔다.

그는 "정치인에게 추진력은 물론 중요한 덕목이지만, 멈춰야 할 때는 멈추는 용기도 필요하다. 출마의 기회를 내려놓는다"면서 당과 후보들을 향해 "'다시 성장'과 '약자와의 동행'을 대선의 핵심 어젠다로 내걸어 달라"고 요청했다.

   
▲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오 시장은 "살가죽을 벗기는 수준의 고통스러운 변화를 수반하지 않으면 보수 재건은 요원한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며 "우리 당이 부자와 기득권의 편이라는 낙인을 극복하고 뒤처진 분들과 함께 걷는 정당으로 거듭난 후에야 비로소 우리는 국민께 다시 우리를 믿어달라고 간곡히 호소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또 "사안마다 표 득실을 따져 내 편과 네 편을 가르고 갈등을 조장하고 증폭하며 한쪽을 배제하는 비정상 정치의 시대를 넘어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놓고 치열하게 논쟁하며 약자의 삶을 보듬고 대안을 고민하는 정상 정치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보수정당이 그 길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과 관련해 "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의 탄핵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참담함과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 국정이 중단되고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을 안겨드린 통렬히 반성한다"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오 시장은 "우리 당 누구도 윤석열 정부 실패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국민의 명령을 제대로 받들지 못한 책임, 당정 간 갈등을 해결하지 못해 국민을 불안하게 한 책임, 국민의 온도를 체감하지 못하고 민심을 잘못 읽은 책임은 우리 모두 나눠 가져야 할 큰 부채"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당을 오래 지켜온 중진으로 저부터 깊이 반성한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지금의 보수 정치는 국민 여러분께 대안이 되기는커녕 짐이자 근심거리가 되고 있다"면서 "과거의 낡은 보수와 단절하고 새로운 보수의 길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우리가 지킬 대상은 특정 개인도, 세력도 진영도 아닌 국가 공동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권력을 정권 재창출의 수단이 아닌 국민 통합과 공동 번영의 도구로 써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백척간두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국민께 다시 신뢰받는 보수로 환골 탈퇴하는 것만이 대한민국을 다시 세우고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길"이라고 역설했다.

대선 출마는 접지만 정치적 역할을 내려놓지는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그는 "국민 여러분 대통령직에 도전하지 않는다고 해서 저의 역할이 사라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의 비전과 함께해주시는 후보를 도와 정권 재창출에 매진하겠다"며 "보수의 이론답게 중심을 지키고 계속 국민의 삶을 챙기겠다"고 했다.

이어 "더 절실한 마음으로 약자 동행의 가치를 완수하기 위한 길로 뚜벅뚜벅 걸어가겠다"면서 "서울시장으로서 늘 그랬듯이 수도 서울을 반석과 같이 지키며 번영을 이룬과 동시에 시민의 일상을 챙기고 어려운 처지에 내몰린 약자의 삶을 보듬는 일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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