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명 연에스포츠팀장
[미디어펜=석명 연예스포츠팀장] 프로배구 V리그 2024-2025 시즌이 끝났다. 이제 '배구 여제' 김연경(흥국생명)은 팬들 곁을 떠난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일찌감치 선언을 했다.

김연경은 가장 완벽하고 아름다운 이별을 했다. 소속팀 흥국생명은 정규시즌 여자부 1위를 했고, 지난 8일 끝난 챔피언 결정전에서 정관장을 대접전 끝에 3승 2패로 누르고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김연경은 정규시즌에서도 명불허전 활약을 하며 팀을 1위로 이끌었고,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펄펄 날았다. 챔피언전 5경기에서 총 133점을 올리며 우승의 주역이 됐다. MVP 선정 투표에서는 만장일치의 지지를 받아 MVP 트로피도 품에 안았다.

그야말로 김연경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라스트 댄스'를 췄다.

오랜 기간 V리그뿐 아니라 올림픽 같은 국제 무대에서 월드 클래스 실력을 발휘하며 많은 감동을 안겨줬던 김연경이기에 은퇴를 아쉬워하는 팬들이 많을 것이다. 1988년생 김연경은 만 37세가 됐지만 여전히 정상급 기량을 펼치고 있다. 이번 챔피언 결정전에서 다시 한 번 김연경의 실력을 확인한 팬들은 은퇴를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식빵언니'의 은퇴를 만류하기도 했다.

   
▲ 흥국생명이 통합우승을 차지하면서 V리그 시즌은 끝났고, 우승의 주역 김연경은 은퇴했다. /사진=한국배구연맹(KOVO) 공식 SNS


우승 후 인터뷰에서 김연경은 마지막으로 선수로 뛴 소감과 은퇴하는 심경을 웃으며 얘기했지만, 아쉬움이 한가득인 팬들이 오히려 눈물을 뚝뚝 흘리는 모습을 보였다.

아직 한참은 더 뛸 수 있을 것 같은 김연경은 왜 은퇴를 결심했을까. 그는 은퇴 선언 당시 "매년 고민했다. 팀도 개인적인 성적도 계속해서 좋았기 때문에 주변에서 '아깝지 않겠나, 이르지 않겠나'라는 이야기를 계속 했다. 지금은 제가 그만했으면 하는 생각들이 커졌다"면서 "최고의 기량에 있을 때 내려오고 싶다는 마음이 컸고, 그러려면 올해가 맞는거 같다는 생각에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른바 '박수 칠 때 떠난다'는 것이다.

회자정리(會者定離)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 김연경의 은퇴로 스포츠에서의 '아름다운 이별'을 생각해보게 된다.

몇몇 특별한 종목을 제외하면 스포츠는 나이로 인한 제약이 많다. 아무리 신체 능력이 탁월하고 관리를 잘 하더라도 기량이 쇠퇴하고 은퇴를 해야 할 때는 언젠가 오게 마련이다.

물러날 때를 알고 타이밍을 잘 잡는 것도 중요하고, 어떤 방식으로 작별하는지도 중요하다.

'피겨 여왕' 김연아는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편파 판정으로 인한 아쉬운 은메달을 따낸 후 은퇴했다. 비록 올림픽 금메달 2연패는 놓쳤지만 그는 끝까지 진한 감동을 안기고 박수를 받으며 스케이트화를 벗었다.

메이저리그에서 투수와 타자로 한국인 선수의 위상을 드높였던 대표적인 스타 박찬호와 추신수는 은퇴 과정도 비슷했다. 한국 선수 메이저리그 진출의 선구자였던 박찬호는 아시아 선수 최다승(124승) 기록을 세우고 한국으로 돌아와 고향 연고팀 한화 이글스에서 현역 마지막을 장식했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인 타자로 아시아 선수 최다 홈런(218개) 등의 기록을 남겼다. 역시 한국으로 돌아와 고교 졸업 당시 자신을 지명했던 SSG 랜더스(전신 SK 와이번스)에서 지난해까지 뛰며 2022시즌 SSG의 통합우승에 기여했다.

   
▲ 지난해를 끝으로 현역 은퇴한 추신수가 은퇴 기자회견에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홈페이지


박찬호와 추신수는 후배 선수들의 롤모델이 됐을 뿐 아니라 선수 생활 말년을 KBO리그에서 보내며 많은 노하우를 전수해 귀감이 될 만한 모습을 보였다. 메이저리그에서 한국의 위상을 떨쳤던 이들 둘도 아름다운 이별을 한 셈이다.

헤어짐만 있겠는가. 거자필반(去者必反), 떠난 자는 반드시 돌아온다고 했다. 물리적으로 돌아오지 못할 상황이 되더라도, 추억으로라도 누군가의 마음 속으로는 돌아올 것이다.

헤어질 때 못지않게 돌아와 다시 만날 때도 아름다워야 한다. 어쩌면 '아름다운 재회'가 '아름다운 이별'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선수로서 굵직한 이름을 남긴 스타 플레이어들이 은퇴 후 가장 흔하고 일반적으로 팬들과 다시 만나는 경우는 지도자가 돼 후진을 양성하거나 전문 해셜위원이 돼 조력자로 돌아오는 것이다. 스타 출신이 명 지도자나 해설가가 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좋은 선수가 꼭 좋은 지도자 또는 명 해설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선수로서 화려했던 경력이 지도자나 해설위원이 된 후 퇴색되는 사례도 적잖다.

행정 쪽으로 진출해 성공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탁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 유승민은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선수 위원, 대한탁구협회장을 거쳐 최근 '대한민국 체육 대통령' 격인 대한체육회장에 당선됐다. 역시 올림픽 금메달을 따내며 세계를 번쩍 들어올렸던 여자 역도 영웅 장미란은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으로, '사격의 신'이었던 진종오는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프로 스포츠 구단의 대표나 선수단 단장을 맡고 있는 스포츠인들도 계속 많아지고 있다.

근래 들어서는 스포츠 스타들의 방송계 진출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2002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었던 안정환, '국보급 농구 스타'였던 서장훈 등은 방송 진행자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며 선수 시절에 버금가는 활약을 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 흥국생명의 통합우승을 이끈 김연경이 우승 트로피와 MVP 트로피를 앞에 두고 팬들과 함께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흥국생명 배구단 SNS


'배구 여제' 타이틀을 달고 코트를 떠나는 김연경은 어떤 모습으로 다시 팬들과 만날까. 그는 현역 생활을 하면서 이미 김연경재단을 설립해 유소년 체육 인재 양성과 장학 사업을 해오고 있다. 은퇴를 했으니 본격적으로 지도자의 길로 들어설 수도 있고, 스포츠 행정가나 사업가로 변신할 수도 있다. '나 혼자 산다' 등에서 보여준 끼로 볼 때 방송가로 진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뜨거운 눈물로 작별 인사를 해준 팬들을 위해 김연경은 어떤 아름다운 재회를 준비할까. 인생 제 2막을 준비하며 고민하고 있을 김연경에게 지금 해줄 수 있는 말은 "폭싹 속았수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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