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H-60 창정비만 30년…성능개량까지 책임질 적임자
기술자산 확보…UH-60 고유 특성·기술 정보 데이터베이스화
[미디어펜=김연지 기자]우리 군의 대표 다목적 헬기 UH-60 블랙호크가 성능개량 시점에 들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기종이자 국내에서도 수십 년간 주력으로 운용돼 온 기체다. 이번 성능개량 사업은 단순 부품 교체나 구조 개선을 넘어 군 전력의 생존성과 지속가능성을 좌우할 중대한 분기점이다.

이 같은 중요성 때문에 이번 사업을 누가 맡을 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제작 경험 이상의 기술적 이해도, 장기 운용을 위한 유지관리 능력, 그리고 기체 생애주기를 총괄할 수 있는 정비 노하우가 결정적인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평가 기준에서 대한항공은 국내에서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 대한항공 부산테크센터에서 UH-60에 대한 창정비를 수행하는 모습./사진=대한항공 제공


◆ 단순 정비 넘어 생애주기 관리까지…창정비 30년의 의미

UH-60은 1991년부터 대한항공이 창정비를 맡아온 헬기로 대한항공은 이 기체의 도입부터 운용, 정비, 성능유지까지 전 주기를 관리해 온 유일한 업체다. 창정비는 단순히 부품을 교체하는 수준이 아닌, 기체를 완전히 분해해 상태를 점검하고 손상이나 노후된 부위를 수리하거나 교체한 뒤 재조립하는 고난도의 작업이다. 출고 당시 성능을 100% 복원해야 하므로 기체 구조에 대한 완벽한 이해와 고도의 숙련도가 필수다.

대한항공은 지난 30여 년 동안 130대가 넘는 UH-60 헬기의 창정비를 수행하면서, 기체별 사용 이력과 정비 데이터를 디지털로 체계화해 왔다. 이 데이터는 헬기 개체별로 쌓인 피로도, 구조적 특성, 고장 패턴 등을 포함해 기체 맞춤형 정비와 성능개량이 가능하도록 하는 핵심 자산이다. UH-60 원제작사인 시콜스키조차 확보하지 못한 이 기술자료는, 우리 군이 안정적으로 UH-60을 운용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UH-60 성능개량은 타 헬기 개량 사업에 비해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 단순히 부품만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 군이 운용하고 있는 UH-60 헬기 성능을 유지하는 동시에 성능개량까지 해내야 한다. 즉 주기적인 창정비를 수행하면서 성능개량까지 이뤄내야 하는데 UH-60에 대한 누적 정비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성능개량만 별도로 진행하면 가동률 저하는 물론 전력 공백까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수십 년간 현장에서 해당 기체를 직접 다뤄온 대한항공만이 창정비와 개량을 동시에 수행하면서 전력화 일정을 준수할 수 있는 유일한 주체라는 것이 중론이다. 생산보다 정비가 어렵고, 정비보다 생애주기 관리는 더 어렵다는 군 항공 전력의 특성상 이번 사업은 진정한 실력자가 누구인지를 가리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 창정비·성능개량까지…'통합 운영 역량'이 사업 성패 가른다

방위사업청이 이번 성능개량 사업에서 요구하는 범위는 단순하지 않다. 방위사업청에서는 UH-60 기체가 오래된 만큼 이번 성능개량 사업에서 조종석 디지털화, 엔진 및 생존장비 업그레이드, 통신체계 개선 등 노후 기체를 최신 작전 환경에 맞춰 재구성하는 전방위 개량 작업을 요구하고 있다. 기존에 창정비를 수행하는 업체가 성능개량까지 맡아 군 가동율을 유지하고 전력화 일정을 차질 없이 준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이번 성능개량은 단순히 부품 일부를 교체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기체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부품 간 연계성과 작전 환경을 고려한 맞춤형 업그레이드를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특히 기체별 도입 시점과 운용 환경, 구조적 피로도 등이 다른 만큼 이를 반영한 정비·개량 전략이 필수다. 따라서 단순 제작 경험만으로는 대응이 어렵고, 실질적으로 기체를 운영하고 창정비를 수행한 경험이 있는 주체만이 통합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대한항공이 이번 사업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평가받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대한항공은 수십 년간 창정비를 통해 UH-60 기체를 직접 운용하며 실시간으로 발생하는 기술적 이슈에 대응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정비–개량–전력화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체계를 내재화하고 있으며, 이는 창정비와 성능개량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유일한 기반으로 작용한다. 군 운용 일정을 고려한 적기 전력화는 물론, 전후 유지관리까지 일관되게 수행할 수 있는 전담 체계를 보유한 점이 대한하공의 강점으로 꼽힌다. 이는 단기간에 마련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며, 수십 년간 축적된 경험과 전문 인력 없이는 구현되기 어렵다.

◆ 대한항공, UH-60 이해도 가장 높아…사업 리스크 최소화

대한항공은 창정비뿐만 아니라, 항공기 안전과 운용 인증까지 아우르는 종합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2009년 '군용항공기 비행안전성 인증법' 시행 이후 국내에서 가장 먼저 무인항공기에 대한 형식인증과 감항인증을 동시에 획득했다. 이와 함께 해상초계기 성능개량 사업, 500MD 무인화 개조 개발 사업 등에서도 감항확인서를 확보하며 복잡한 개조 프로젝트에 필요한 규제 대응 능력을 이미 입증했다.

이 같은 감항인증 역량은 성능개량 사업에서 절대적인 경쟁 요소로 작용한다. 아무리 훌륭한 기술을 적용하더라도 군이 요구하는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기체는 실제 임무에 투입될 수 없다. 특히 UH-60처럼 다수의 장비와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기체에서는 감항요건을 체계적으로 설계하고 통과시키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대한항공은 전담 조직과 절차, 경험을 모두 갖추고 있어 감항인증 리스크가 가장 낮은 업체로 분류된다.

국내 방산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성능개량 대상인 UH-60 헬기를 직접 생산·정비·성능개량 해온 만큼 해당 헬기의 상태와 특성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어 사업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항공기 기체 보강, 다수의 성능개량, 군용 항공기 사업에서의 감항인증 획득, 디지털화 등 모든 면에서 차별화된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UH-60을 포함한 대한항공의 군용기 정비 실적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미 태평양 사령부 소속 항공기 3700여 대를 포함해 F-15, F-16, HH-60, CH-53 등 미군 핵심 자산과 국내 군용기까지 총 5500여 대의 정비·성능개량을 수행했다. 이는 단순한 사업 실적을 넘어 미국 정부와 군으로부터 기술력과 신뢰를 동시에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해외 고객도 인정한 이 같은 역량은 UH-60 성능개량 사업의 적임자가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분명한 지표가 된다.


◆ 해외 의존, 국부 유출로 이어져…헬기 완전 국산화에도 '독'

일각에서는 원제작사인 시콜스키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업체가 기술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원제작사로부터 정비와 기체구조 검사 등 기술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 수입 의존이 오히려 국부 유출과 국내 기술 퇴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장기적으로는 정비 비용 증가, 기술 종속, 국산화 역량 약화 등 심각한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미국 내에서도 시콜스키가 아닌 제3의 민간 방산업체가 UH-60 개량 사업을 수주한 사례가 다수 있다. 대표적으로 콜린스에어로스페이스는 미군 MH-60L의 조종석 디지털화에 성공했고, 최근에는 UH-60M 성능개량 사업까지 연달아 수주했다. 이는 UH-60이라는 플랫폼이 반드시 원제작사의 기술 지원을 전제로 움직이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오히려 기술적으로 검증된 경험과 설계 역량을 가진 업체라면 독립적으로도 충분히 성능개량을 수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대한항공은 해외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창정비 과정에서 기체 구조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성능개량에 필요한 검사(E&I), 고유 데이터 분석, 감항 인증까지 모든 과정을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술 자립도를 확보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30년 넘는 창정비 경험으로 UH-60 기체에 대한 기술을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전망이다.


◆ 성능개량은 시작에 불과…유지·보수가 '진짜 실력'

이번 UH-60 성능개량 사업은 시작에 불과하다. 헬기 한 대를 성능개량해 전력화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20년 이상 우리 군이 해당 플랫폼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유지보수 생태계를 누구와 함께 구축할 것인가에 대한 결정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단순 제작 능력이 아닌 성능개량 이후에도 전력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파트너 선정이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번 사업을 위해 콜린스, LIG넥스원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이들은 실제 미군 특수작전 헬기에 탑재된 핵심 시스템을 개발하고 실전에서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성능과 신뢰성을 이미 입증한 기술을 국내 사업에 적용할 계획이다. 검증된 시스템을 빠르게 이식할 수 있어 개발 리스크는 낮고, 전력화 일정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현장성과 안정성을 모두 충족시키는 전략으로 평가된다.

성능개량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장기 유지 관리와 직결된 사업이기 때문에 30년간 창정비를 수행해 온 대한항공처럼 기체의 전 생애를 책임질 수 있는 주체가 맡는 것이 군 전력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성능개량한 헬기가 향후 20년 넘게 장기 운용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초기에 어떤 업체를 선정하느냐에 따라 우리 군 전력화의 성공을 결정짓게 된다"며 "검증된 기술력과 경험으로 UH-60 성능개량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이후 유지·보수 역량까지 충분히 갖춘 대한항공이 방사청 내부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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