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락가락하는 관세 정책으로 한국 경제 역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했다가 90일 동안 유예하겠다고 밝혔으며, 자동차 부품 관세 부과에 대해 예외가 없다고 했다가 면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관세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부터 관세 부과가 시작된 철강 제품의 미국 수출은 감소했으며, 자동차 역시 이달부터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지만 트럼프의 빈번하게 바뀌는 정책으로 인해 국내 기업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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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로이터) |
◆트럼프 말 바꾸기 지속…“예외없다”에서 유연성 강조
15일 재계에 따르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자동차 부품 관세 면제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과의 회담 자리에서 ‘일시적인 관세 면제를 검토하는 특정한 물품이 있느냐’는 질문에 “자동차 업체 일부를 돕기 위한 무언가를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동차 회사에 대해 “그들은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생산되던 부품을 이곳에서 만들기 위해 (생산을) 전환하고 있다”라면서 “그러나 그들은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달 3일부터 수입 자동차에 대해 25% 관세 부과를 시작했지만 엔진·변속기 등 자동차 부품에 대해서는 다음달 3일부터 관세가 적용된다.
그동안 꾸준하게 예외를 외쳤던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가 포드, GM 등 미국 업체들에게 비용 증가로 이어질 우려가 커지자 말을 바꾼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의 오락가락 관세 정책은 자동차뿐만이 아니다.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은 지난 11일 스마트폰, PC,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등 20개 전자제품을 미국이 각국에 부과한 상호관세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전자제품에 대해 관세 예외를 발표한 적이 없다고 언급했다.
반도체 관세와 관련해서도 다음 주 중으로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면서도 “일부 기업들에는 유연성이 있을 것이지만 확실하지 않다”면서 애매모호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국가별 상호관세와 관련해서도 말을 바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부터 80여 개국에 대해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를 공식화했다. 우리나라도 미국으로 수출하는 모든 물품에 25%의 관세가 붙게 됐다. 하지만 하루 만에 중국을 제외하고 상호관세를 90일 동안 유예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국내 기업들도 대책 마련에 혼란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에 대해 계속 말을 바꾸고 있어 국내 산업계에도 혼란이 일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미국은 주요 수출국인 만큼 관세 영향이 큰데 트럼프의 오락가락 행보로 인해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지난해 대미 수출액은 1278억 달러로 전년 대비 10.4% 증가했다. 한국의 총 수출액 6838억 달러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18.7%로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관세 영향이 커지면 대미 수출은 감소가 불가피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25일까지 미국으로의 철강 수출액은 2억3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5.9% 감소했다. 미국은 모든 수입산 철강 제품에 대해 25% 관세를 지난달 12일부터 적용하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 내에서는 관세 발효 전보다 미국으로의 수출이 어려워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올해 3월 ICT 미국 수출은 27억7000만 달러로 19.4% 늘었다. 이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컴퓨터·주변기기 등 주요품목 등 전체 수출 호조로 17개월 연속 증가한 수치다.
휴대폰 신제품 출시 등 ICT 전방산업의 수요 확대와 미국 상호관세 대비 전방기업들의 재고 확보로 인해 수출이 8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미국으로의 3월 수출은 27억8000만 달러로 작년보다 10.8% 줄어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대미 수출은 1분기 기준으로도 작년보다 11.2% 줄어든 77억7000만달러로 예상된다.
특히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에 더해 미국이 4월 3일부터 수입차에 대해 25%의 품목 관세를 부과함에 따라 한국의 자동차 수출에 타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미국 수출에서 관세 영향이 서서히 나타나면서 국내 기업들도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지만 트럼프의 행보로 인해 혼란만 커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관세 정책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지만 오락가락 행보로 인해 대응책 마련에도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피로감까지 누적되고 있다. 특히 미국 투자와 관련해서는 장고가 필요한데 트럼프가 지속적으로 말을 바꾸면서 결정이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당장 다음 주부터 우리나라는 미국과 무역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재계 내에서는 트럼프의 행보와 관계없이 미국이 재건을 목표로 하고 있는 조선업과 알래스카 LNG 사업 동참을 내세워 관세 영향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은 미국 현지 투자에 나서는 등 전략을 통해 관세를 극복할 수 있는데 트럼프가 하루가 다르게 말이 바뀌고 있어 쉽게 전략을 세울 수가 없다”며 “정부 간 협상을 통해 관세 영향이 최소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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